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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마무리 투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박찬호의 소속팀 샌디에고의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이 세이브 하나를 추가하며 통산 세이브 숫자를 479개로 늘린 것이다. 이로써 호프만은 '97년을 끝으로 은퇴한 리 스미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이 가운데 샌디에고에서 기록한 세이브는 모두 477개, 물론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이다.


호프만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크게 두 가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나는 그라운드 안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 느끼게 만드는 체인지업, 그리고 또 하나는 호주 출신 AC/DC의 "Hells Bells"다. 바로 샌디에고의 홈구장 펫코 파크에서 호프만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트레버 타임"에 울려 퍼지는 음악 말이다. 하지만 호프만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 두 가지 말고도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샤워다.

물론 운동선수가 샤워를 자주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프만의 경우는 좀 유별나다. 그는 경기가 있는 날 야구장에 굉장히 일찍 도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구장에 도착해 먼저 조깅으로 간단히 몸을 푼다. 그리고는 샤워실에 들어가 땀을 씻은 뒤 그라운드에 나와 동료 투수들과 함께 간단히 번트 연습을 한다. 투수들의 타격 연습이 끝나고 타자들이 그라운드에 나서기 시작할 때가 되면 그는 다시 샤워실로 향한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팀 미팅에 참가하고, 기자들의 인터뷰에도 응하면서 경기 시작 전까지 시간을 보낸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벌써 두 번의 샤워를 마친 셈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호프만은 외야에 있는 불펜에 자리 잡고 앉아 경기를 지켜본다. 처음 4~5회 동안은 그저 타자들을 지켜보고 다른 불펜 투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 그러다 5회가 끝나면 클럽 하우스에 들어가 다시 샤워를 한다. 샤워 부스 안에서도 물론 중계를 지켜보는 일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7회가 되면 다시 불펜으로 돌아와서 자리를 잡는다.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경기에 나설 준비를 모두 마쳐놓는 것이다. 이후 등판하기 전까지 20~25개 정도의 공을 불펜에서 뿌리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그리고 "Hells Bells" 소리를 들으며 그라운드 안으로 향한다. 경기장에 온 이후 모두 세 번의 샤워를 마친 후에 말이다.


그렇게 호프먼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두 5번의 샤워를 한다. 그러니까 위의 세 번과 아침에 한번,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의 한번을 포함해서 말이다. 얼핏 몸을 씻는 행위를 통해 정신을 가다듬은 자세는 마치 동양적인 사고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정신에 의한 행동이든간에 확실한 건 경기 내용이나 생활 태도 모두 가장 "깨끗한" 마무리 투수가 바로 트레버 호프만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호프만은 투수로 데뷔했던 게 아니었다. 마이너리그 시절만 해도 그는 사실 눈에 띄지 않는 내야수였다. 하지만 뒤늦게 투수로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멋지게 적응했고, '90년대 후반 직구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체인지업을 연마해 특급 마무리로 다시 거듭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까지 그는 계속해서 변화와 발전을 계속해왔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늘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를 틀어 놓고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역시 대선수란 아무나 될 수 없는 모양이다.
Posted by kini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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