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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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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시장 최고 라이벌리(rivalry)는 단연 코카콜라와 펩시다. 두 회사의 경쟁 역사는 100년이 넘었으니 '숙명적'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코카콜라가 거의 예외 없이 승자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최근 펩시의 상승세가 매섭다. 펩시는 2005년 12월, 108년 만에 매출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섰다. 지금도 탄산음료 매출액 1위 업체는 펩시다. 이제 대학 광고학 개론 시간에 배우던 펩시의 '2등 마케팅'을 새로 쓸 때다.

펩시의 성공 전략은 포지셔닝(Positioning)이었다. 펩시는 철저하게 시장을 조사해 최대의 화력(firepower)을 낼 수 있는 세분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펩시가 타게팅(targetting)한 대상은 바로 청소년.

펩시는 광고 전면에 '다음 세대의 선택(The choice of next generation)'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코카 콜라는 이전 세대의 선택이고 새로운 세대라면 펩시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던 것. 펩시는 코카콜라를 이 전략을 통해 기성세대를 주고객층으로 삼는 코카콜라와 경쟁을 피했다. 펩시의 포지셔닝은 기성세대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던 청소년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세월이 흘러 펩시를 마시며 자란 청소년들은 이제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이 됐다. 펩시가 '콜라 전쟁'에서 새로운 승자로 우뚝 선 것은 결국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마케팅의 결과다.

펩시의 성공은 '펩시 세대'라는 신조어가 낳았다. 코카콜라와 펩시, 두 회사 홈페이지만 비교해도 차이가 극명하다. 펩시 홈페이지가 상품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오락적 요소로 가득 채워진 데 비해, 코카콜라는 여전히 전통적인 홈페이지를 고수하고 있다. 신규 고객 확보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이미 답이 나왔는 얘기.

우리 프로야구는 최단기간에 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돌풍이 관중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날 그 많던 '어린이 회원'이 이제 가장 왕성한 구매력을 갖춘 나이로 접어들었다는 것 역시 한번쯤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도 각 구단은 어린이 회원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 날 열기에 비하면 이제는 존재 자체가 미미할 정도다. 입는 옷부터 학교에서 쓰는 학용품까지 모두가 응원팀 로고로 가득했던 그 추억을 많은 20, 30대 야구팬들이 가지고 있다. 학창 시절 친구 얼굴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그 촌스러운 캐릭터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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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이 세대 야구팬들은 성장기를 거치며 자연스레 '어린이 회원 세대'로 포지셔닝 된 것이다. 이들이 사실 우리 프로야구 시장에 있어 현재 가장 주된 고객이다. 반성해야 할 이야기지만 20대 초반만 되어도 야구팬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어린이 회원 세대' 이후 우리 프로야구가 제대로 된 마케팅을 구사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들은 '부산 갈매기'. 만약 롯데가 이대로 무너진다면 분명 올해의 총입장 관중수도 타격을 입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 관중이 좀 들어온다고 해서 팔짱 끼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케팅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현재 롯데팬들은 '아주라 세대'로 자랐고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팬들이 스스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하며 팬 수를 늘려왔고 그것이 스스로를 '우주 최고의 야구팬'이라고 생각하는 자부심으로 연결됐다.

이제 이 점을 KBO 및 각 팀 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필요한 건 문화적 체험 마케팅이다. 특히 어린 팬들에게 어떤 체험을 선물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문화는 곧 삶이고, 소비 패턴에 있어서도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펩시가 그랬듯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이제 '어린이 회원 세대'는 학부형 나이가 됐다. 가장 열성적인 고객이 신규 고객을 늘여주기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몇이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야구 열기가 극에 달한 올해는 아마 다시 오기 힘든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야구가 재미있어야 야구 팬이 늘어난다. 하지만 야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선수들 책임만이 아니다. 야구팬들은 응원을 핑계 삼아 '놀기 위해' 야구장에 간다. 어린이들은 가장 놀기 좋아하는 존재다.

현재 팬 서비스는 너무 불특정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누가 추첨에 뽑힐지는 알 수 없는 일. 각종 이벤트 역시 즉흥적인 경우가 너무 많다. 경품의 효과가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패스트푸드 할인권은 한번 먹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는 어떨까? 아마 티셔츠를 한번 입고 버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이들 옷을 그렇게 함부로 버릴 부모가 얼마나 될까? 정기적인 날짜를 정해 입장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팀을 기억할 수 있는 작은 기념품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품 하나도 고객의 충성심(loyalty)을 생각하는 세심함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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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어린이 회원 세대'가 스무 살이 되던 90년대 중반 우리 프로야구는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지위에 오른 지난해와 올해 우리 프로야구는 다시 재도약 계기를 마련했다.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이 회원 세대 이후 지금이 가장 많은 신규팬을 확보하기에 최적의 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프로야구에도 '펩시세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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