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Taking a look at the (alleged!) cheating
Dayn Perry / FOXSports.com

지난 목요일 미첼 보고서가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맞다. 야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더라도 다 아는 이야기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스포츠 판은 온통 이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러니까 스포츠 팬이라면 미첼 보고서를 최대한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무려 400 페이지가 넘어가는 공식 문서라는 점이다. 달리 말해 가만히 읽고 있기에 정말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다시 보고 싶어질 정도다. 미첼 보고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와 한정사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물론 당연히 예쁜 그림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더럽게 길다. 그래서 핵심만 좀 간추릴 필요를 느꼈다. 대충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By the Numbers

약리학을 바탕으로 한 미첼 보고서가 나온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바로 선수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 야구는 숫자의 게임이다. 그리고 이미 통찰력 있는 몇몇이 발견한 것처럼 숫자야 말로 야구의 언어다. 따라서 야구계의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는 데 있어 숫자처럼 좋은 건 없다. 자 이제 이 두꺼운 보고서를 한번 숫자를 통해 들여다 보도록 하자.

0 — 미첼 보고서에 등장한 현역 보스턴 선수들의 총합 (이번 조사를 담당한 조지 미첼 상원의원은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위원이다. 음모론자들은 지금 여러분들에 들어있는 것을 떠벌리기 바쁘다.)

1 — 스테로이드 딜러 커크 라돔스키가 LA 다저스 사무용지에 쓴 감사 쪽지의 수 (폴 로두카에게)

1 — 새미 소사의 이름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

2 — 레드삭스 스카우트들이 브렌던 도넬리와 에릭 가니에를 영입하기 전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해 경고한 횟수

2 — 보고서에 언급된 형제들 (제이슨, 제레미 지암비 / 데이빗, 마이크 벨)

2 — 이번 사건만 아니면 100%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을 선수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23 — SF 자이언츠 단장 브라이언 세이비언의 이름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

30 — 보고서에 언급된 선수들을 단 한번이라도 보유했던 팀의 총 숫자

31 — 라파엘 팔메이로의 이름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

46 — 마크 맥과이어의 이름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

84 — (MLB 커미셔너) 버드 셀릭의 이름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

91 — 보고서에 들어 있는 결제 취소된 수표와 현금 주문서 사본의 수 (모두 라돔스키에게 보냈던 것)

104 — 배리 본즈의 이름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횟수

105 — 호세 칸세코의 이름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횟수

3,200 — 모 본이 성장 호르몬 2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라돔스키에게 지불한 돈. 왜 성장 호르면이냐요? 본은 스테로이드를 좋아하지 않았다. 라돔스키는 그 이유를 본이 “큰 주사 바늘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Timelines

미첼 보고서에 언급된 주인공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사실 불문명하거나 애매한 게 사실이다. 추정컨대 조사자들이 이 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달리 말해 로저 클레멘스와 제이슨 지암비의 경우에는 (만약 사실이라며!) 언제 어떤 약품을 복용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한번 약물 복용이 이들의 성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물론 이는 기량 향상 약물 복용이 실제로 성적 향상을 이끌어내는지 알아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혹시 오해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성적(性的) 향상이 아닌 성적(成績) 향상이다.

Roger Clemens

미첼 보고서에 따르면: 미첼 보고서는 클레멘스의 명성에 흠을 아주 잔뜩 내고 말았다. (클레멘스에 대한 내용이 무려 8페이지나 된다.) 오랫동안 클레멘스의 트레이너로 일해왔던 브라이언 맥나미의 증언에 따라, 보고서에는 클레멘스가 1997 시즌부터 스테로이드를 주사했다고 씌어져 있다. 당시 그는 토론토 소속이었다. 그는 1998 시즌까지 계속해서 스테로이드를 주사했다. 하지만 1999 시즌이 시작되기 전 클레멘스는 양키스로 트레이드 됐지만, 맥나미는 토론토에 남았다. 1999시즌에도 클레멘스가 계속 스트로이드를 주사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2000년이 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클레멘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양키스가 맥나미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클레멘스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2000 시즌 중반 클레멘스는 새로운 종류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성장호르몬에도 손을 댔다. 그가 일시적으로 약을 완전히 끊었던 건 2000년 말.. 다시 약을 찾은 건 2001년 8월의 일이었다. 대신 이번에는 성장 호르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미첼 보고서에 따르면, 클레멘스는 배꼽에 주사 맞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맥나미는 2001 시즌 이후에도 클레멘스가 계속해서 약물에 손을 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물론 로저 클레멘스는 여기까지 모든 사실을 아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타임라인: 어찌됏든 이게 우리가 가진 정보다. 클레멘스는 1997년과 1998년에 약물을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9 시즌이 시작되면서 약을 끊었지만 2000 시즌 후반기에 다시 손을 댔고, 다시 2001시즌 전반기에는 약을 끊었다가 2001년 후반기에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약에 손을 대지 않았다. 복잡하지만 사정은 이렇다.

클레멘스가 약물에 손을 댔을 때(on)와 끊었을 때(off)의 성적을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On

 

 

1997

264.0 IP, 2.04 ERA, 292 strikeouts

1998

234.2 IP, 2.65 ERA, 271 strikeouts

2000 (Second Half)

108.2 IP, 3.15 ERA, 98 strikeouts

2001 (Second Half)

66.1 IP, 4.61 ERA, 70 strikeouts

Off

 

 

1996

242.2 IP, 3.63 ERA, 257 strikeouts

1999

187.2 IP, 4.60 ERA, 163 strikeouts

2000 (First half)

95.2 IP, 4.33 ERA, 90 strikeouts

2001 (First half)

113.2 IP, 4.20 ERA, 122 strikeouts

2002

180.0 IP, 4.35 ERA, 192 strikeouts


자자 좀 관대해지자. 그리고 "빌어먹을"같은 표현은 아껴두기로 하자. 하지만 분명 일정한 패턴이 관찰된다. 2001년을 예외로 치자면, 확실히 클레멘스는 약물에 손을 댔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 이런 경향이 약물 복용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곤란한 게 사실이다. 연관성이 높다고 해서 그것이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좀 흥미롭다고만 말하자. 일단은 그렇게 하고 넘어가자는 뜻이다.


Jason Giambi

미첼 보고서에 따르면: 지암비는 현역 메이저리거 가운데 조사에 가장 협조적이기로 유명하다. 언제든 기꺼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이었다. 미첼 상원의원은 지암비의 증언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암비는 자신이 2001년부터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짐’이라 불리는 공급에게 난드롤린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지암비는 라스 베이거스에 위치한 한 헬스 클럽에서 짐을 만났다고 증언했는데, 짐의 자세한 신상명세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남은 2001 시즌 동안 매주 1cc 정도 주사했다는 것이 지암비의 주장이다. 그는 항상 자신의 집에서 혼자 주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암비는 2002 시즌 전에도 같은 공급책에게 난드롤린을 구매해 같은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계속해서 보고서에는 2003년 올스타 휴식기 때 지암비가 약물을 완전히 끊었다고 적혀 있다..

타임라인: 그럼 결국 지암비는 2001시즌 일부,  2002시즌 전체 그리고 2003 시즌 전반기에 약물에 손을 댄 셈이 된다. 역시 성적을 비교해 보면 ;

On

Year

Batting average/on-base/slugging

2001 (Second half)

.367/.493/.709

2002

.314/.435/.598

2003 (First half)

.267/.419/.547


보다시피, 지암비는 “약물에 취한” 기간 동안 아주 생산적인 타자였다. 하지만 아직 약물이 없을 때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Off

Year

Batting average/on-base/slugging

2001 (First half)

.322/.463/.618

2003 (Second half)

.226/.401/.498


자 그 결과다. 약물을 시작했을 때는 성적이 놀랄 만큼 향상됐지만 약물을 끊었을 때는 성적이 대폭 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최소한 이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볼 때는, 클레멘스와 지암비 모두 주사 바늘로부터 분명히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Mitchell Report All-Star team

위대한 빌 제임스가 지적한 것처럼, 야구팬들은 어떤 식으로든 올스타 팀을 짜보는 걸 좋아한다. 당연히 미첼 리포트에 등장한 이름을 가지고도 올스타 팀을 짜볼 수 있다.

C — 베니토 산티아고
구장 안에서: 총 20시즌 활약, 올스타 출전 5회, 골드 글러브 수상 3회, 통산 홈런 217개
구장 밖에서: 성장 호르몬,  약물 테스트 직전에 은퇴 선언

1B — 라파엘 팔메이로
구장 안에서: 통산 3020안타, 569홈런s
구장 밖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이전에 강력하게 혐의 부인한 바 있음

2B — 척 노블락
구장 안에서: 신인왕, 올스타 출전 4회, 1차례 골드 글러브
구장 밖에서: 성장 호르몬

3B — 트로이 글로스
구장 안에서: 통산 277 홈런, 월드시리즈 MVP
구장 밖에서: 플로리다의 한 약국에서 기량 향상 약물 구입

SS — 미겔 테하다
구장 안에서: 아메리칸리그 MVP, 통산 258홈런
구장 밖에서: 열렬한 비타민 B-12 추종자,  아담 피아트에게 스테로이드와 성장 호르몬 구입

LF — 배리 본즈
구장 안에서: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구장 밖에서: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2)

CF — 레니 다이스트라
구장 안에서: 올스타 출전 3회, 실버 슬러거 수상 1회
구장 밖에서: 스테로이드

RF — 게리 쉐필드
구장 안에서: 통산 468홈런, 통산 타율 .296
구장 밖에서: BALCO사 고객, 배리 본즈의 친구

DH — 호세 칸세코
구장 안에서: 아메리칸리그 MVP, 40-40클럽 개설
구장 밖에서: 문자 그대로, 이 문제에 대한 책의 저자

SP — 로저 클레멘스
구장 안에서: 통산 354승, 탈삼진 4672개, 사이영상 수상 7회
구장 밖에서: 위에 다 적어뒀음

CL — 에릭 가니에
구장 안에서: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 수상, 통산 177세이브
구장 밖에서: 성장호르몬, 한번은 직접 다저 스타디움으로 보낸 적도 있음. 주사기에서 공기를 어떻게 빼는지 잘 알지 못함.

뭐 대충 이렇다.

정말 할 일이 없어서 더 읽고 싶은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보고서에는 80명이 넘는 이름이 씌어 있으니 올스타 팀을 새로 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이 두껍고 지루한 보고서 자체에 태글을 걸어도 괜찮아 보인다.

어느 쪽이든 이 사실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 미첼 보고서는 퍽 긴 시간 동안 계속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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