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요사이 자의 10% 타의 90%에 의해서 블로그를 거의 버려두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소위 사츠마와리 기간에는 분명 블로깅을 못하는 게 맞았고, 지난주에는 사실 시간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말도 끼어 있었으니 블로깅할 마음이 있었다면 아마 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부동산 마와리'라는 뻘짓을 시작하게 되어 당분간 블로깅이 다시 어려워질 듯 합니다. 그래도 모처럼 일찍(?) 퇴근한 기념으로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스포츠 이야기들을 주저리 늘어 놓아볼까 합니다.


• 핸드볼 아시아 지역 예선 재개최

예전에 쓴 것처럼 핸드볼에서 중동 텃세는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나름 스포츠 외교 강국이라는 일본을 협박할 정도로 파워가 세 진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는 IOC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지만 또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이 바닥이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극동 아시아 연맹을 새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아시안 게임도 있고 하니 쉽지만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국내 핸드볼 인기는 너무도 아쉽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2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이때에도 일반 국민들은 물론 소위 스포츠 언론조차 이 문제를 단신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오호통재라! 하고 외쳐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지난 번에 황당한 이야기를 한번 꺼내기는 했지만 핸드볼은 이대로 무관심과 홀대 속에 내버려 두기엔 너무도 아까운 종목입니다. 충분히 우리 정서와도 잘 맞도 또 세계적인 수준도 갖추고 있는 종목입니다. 그것이 스포츠 행정력의 문제 때문이든 아니면 어떤 태생적인 문제이든간에 핸드볼 붐을 일으키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요? 몇 가지 머릿속에 떠오르기는 하는데 딱 이거다 싶은 야마가 떠오르지 않아서 저 역시 고민 중입니다. 분명 한번만 제대로 분위기 타면 살아날 종목일 법도 한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스포츠 취향에서도 정말 보수적인 나라인가 봅니다.


• 유니콘스 매각 실패

유력한 소스에 의하면 KT와 매각 협상이 진행될 때 이미 BP복, 그러니까 연습용 유니폼까지 가 맞춘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KT라는 동네가 막강 권력의 오너 없이 움직이다 보니 인수를 주장하는 쪽에서 파워게임에 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분명 세습 재벌이 유리한 구석도 있는 면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수를 발표하자마자 KT 주가가 떨어졌다는 게 참 씁쓸한 일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인수철회가 발표되자 다시 주가가 오른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야구단을 인수하면 경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1980년대가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대였고, 1990년대가 품질로 쇼부보는 시대였다면, 2000년대의 키워드는 단연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그룹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프로 스포츠 팀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상품은 없습니다.

그런데 파는 사람들은 연일 프로야구단은 200억 짜리 적자 기업이라는 사실을 홍보하기 바빴습니다. 설사 실제로 적자기업이라고 해도 그걸 팔면서 적자기업이라고 하는 건 상식밖의 일입니다. 말하자면 포장, 즉 디자인이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KBO는 스캇 보라스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MLB 관계자라면 누구나 보라스의 고객이 그가 주장하는 수준의 굉장한 매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선수를 지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바로 보라스의 뛰어난 상술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잡히지 않는 광고효과라고요? 그게 얼마나 거짓말인지는 아마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호주 오픈

한 마디로 페더러 시대의 종말과 샤라포바의 부활이었죠.

물론 이제 겨우 만 26세밖에 안 된 선수에게 '종말'이라는 낱말을 쓰는 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또 스스로 "'괴물'을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의 전성기가 또 올까요?

그리고 무실세트 우승이 증명하듯 샤라포바의 2008 시즌 출발은 너무도 산뜻했습니다. 별로 흠 잡을 게 없을 만큼 경기를 지배했고, 또 경기 운영 역시 탁월했습니다. 이로써 샤라포바는 세 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냈고 이제 프랑스 오픈만 따내면 정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됩니다.

여기서 조코비치와 한투초바를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하겠죠? 조코비치는 뛰어난 실력은 물론 대단한 쇼맨십까지 갖춰 '모범생' 이미지의 페더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상당 기간 테니스 팬들에게 사랑받을 듯 합니다. 한투초바도 비록 준결승에서 무너졌지만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형택이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김이 빠진 호주 오픈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앞으로 몇 년 간 테니스 역사에서 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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