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레슬링 '전설' 미하인 로페스(42)가 올림픽 128년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종목에서 5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됐습니다.
로페스는 6일(현지시간)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슈퍼헤비급(130kg급) 결승에서 야스마니 아코스타(36·칠레)를 상대로 6-0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를 마친 로페스는 매트에 입을 맞춘 뒤 레슬링화를 남겨두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러고는 "매트 위에 내 인생의 일부이자 꿈을 남겨둔 것"이라며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개인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8강에서 탈락했던 로페스는 2008 베이징(北京) 대회 때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2012 런던 대회 때도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슈퍼헤비급이 12kg급에서 130kg급으로 바뀐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금메달 주인공 역시 로페스였습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東京) 대회 금메달 이후 매트를 떠나 있던 로페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복귀해 결국 5회 연속 금메달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름 | 종목 | 기간 |
앨 오터 | 육상 남자 원반던지기 | 1956~1968 |
칼 루이스 | 육상 남자 멀리뛰기 | 1984~1996 |
마이클 펠프스 | 수영 남자 개인혼영 200m | 2004~2016 |
케이티 러데키 | 수영 여자 자유형 800m | 2012~2024 |
미하인 로페스 |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슈퍼헤비급 | 2008~2024 |
이전에는 로페스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이 특정 개인 종목에서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 획득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요트 파이어 플라이와 핀을 같은 종목으로 본다면 파울 엘스트룀(1928~2016·덴마크)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올림픽 요트 딩기(돛단배) 종목인 파이어 플라이는 1948년 런던 대회 때 딱 한 번만 열린 뒤 1952년 헬싱키 대회 때부터 핀 종목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여자 레슬링 대표 이초 가오리(伊調響·40)도 2012 런던 대회 때까지 63kg급 금메달을 3회 연속 차지한 뒤 2016년 리우 대회 때 58kg급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습니다.
로페스는 도쿄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8강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아민 미르자자데(26·이란)을 3-1로 꺾고 우려를 불식시켰고 결국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로페스는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금메달 5개를 각각 낱말 하나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베이징은 청춘, 런던은 초월, 리우는 노력, 도쿄는 희생 그리고 파리는 기쁨"이라고 답했습니다.
누군가가 기뻐할 때 누군가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는 게 스포츠 세계.
이날 결승 상대였던 아코스타는 과거 9년 동안 로페스의 훈련 파트너를 맡았던 선수입니다.
아코스타에게 번번이 밀리자 칠레 국적을 얻어 올림픽에 나왔지만 결국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습니다.
아코스타는 "로페스는 역시 레슬링 전설로 불릴 만했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로페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