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어제 송도에 자리잡은 인천 아시아경기 MPC(메인프레스센터)에서 '프레스 키트'를 받고 나니 '361°'가 보이더군요. 361°는 중국에만 2000여 개 지역에 78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스포츠 용품 회사입니다. 중국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국제 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는 회사이기도 하죠. 1년에 매출 8조4000억 원을 올리는 회사라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361°는 인천 대회 '프레스티지 파트너'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1500만 달러(약 155억 원) 이상을 후원하는 회사가 '프레스티지 파트너'인데요, 361°를 제외하면 대한항공 삼성전자 신한은행 현대기아자동차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 뿐입니다. 361°는 2011년 7월 이번 대회 공식 후원사가 된 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단 2만 명이 넘는 이 대회 자원봉사자가 입는 티셔츠는 전부 이 회사 제품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한 일. 장영법 조직위원회 유니폼 담당 팀장은 "361° 유니폼을 보고 '왜 국내 브랜드를 쓰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국내 스포츠 용품 업체에 유니폼 후원을 수 차례 제안했지만 361°만큼 적극적인 곳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2002년 부산 대회 때는 제일모직이 공식 유니폼 후원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2010 광저우 대회 때 유니폼 후원을 맡았던 361°에 캐주얼 유니폼을 맡기고 정장 유니폼 후원만 맡았습니다. 양희준 제일모직 홍보차장은 "361°에서 너무 과감하게 물량 공세를 펼쳐 경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FILA도 경쟁에 나섰지만 밀렸다는 후문. 361°에서 이번에 지원한 유니폼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24억 원이라고 합니다. 제일모직은 약 30억 원 정도를 후원합니다.

물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중국 기업이 스폰서를 맡는다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아시아경기가 국내 대회도 아닌데 중국 기업이 후원을 더 많이 내겠다면 받아주는 게 옳인 일이겠죠. 게다가 드웨인 웨이드(32·마이애미)를 비롯해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중국 브랜드 신발을 신고 뛰는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 제품이라고 마냥 '짝퉁'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 수영 경기가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리는데 쑨양(23)이 도발하는 361° 광고를 보고 있는 게 속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이번 대회 때 당신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소시민이 분하다고 따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일단 프레스 키트는 놔두고 원래 들고 다니던 가방에 책자를 넣어 다녀야겠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