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짐이 홈런을 쳐주니 좋으냐."

한국말로 이렇게 묻는다면 여기서 짐은 황제나 왕을 뜻하는 1인칭 대명사 짐(朕)이 될 터. 하지만 29일 프로야구에서는 롯데 짐 아두치(30·사진)가 이 질문 주인공이었습니다. 아두치는 전날 경기서는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 2도루를 기록하며 롯데 팬들 마음을 사로잡은 상태였습니다.

아두치는 이날 사직 안방 경기에서 팀이 4-2로 앞서던 4회말 kt 시스코(32)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1점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공식 비거리는 115m. 시범경기 때 홈런 4개로 1위를 차지했던 아두치는 "홈런 치고 뛰는 것도 빠르다"는 평을 들을 만큼 준족이기도 합니다.

팀 동료 손아섭(27)은 "스프링캠프 때 통역을 통해 아두치에게 '도대체 왜 한국에 왔냐'고 물어봤다. 그만큼 성실하고 대단한 능력을 갖춘 타자"라며 "지난해에는 테임즈(29·NC)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해 한국에 온 것 아니냐. 메이저리그가 참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두치는 2003년 메이저리그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1252순위로 지명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기대치가 떨어지는 선수였던 거죠. 실제로 마이너리그에서만 10년을 보낸 뒤에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아두치는 수고로운 일이나 귀찮은 물건을 뜻하는 '짐'에 더 가까운 선수였습니다. 그에게 한국은 사직의 왕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반드시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두치는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팬들에게 고맙다"며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 팀이 이기는 데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롯데는 이 경기서 kt의 추격을 뿌리치고 5-4로 승리하며 개막 2연승을 거뒀습니다. 

다른 팀에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들도 화끈한 방망이 솜씨로 국내 팬들과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시범 경기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한화 모건(35)은 목동 개막전에서 안타 4개를 때려내며 역대 개막전 최다 안타 타이기록을 세웠고, SK 브라운(31)은 29일 대구 경기서 1회초 올 시즌 1호 만루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결혼+신혼여행 콤비로 소홀했습니다. 새 시즌이 열린 만큼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이 글은 지방판 기사로 써놓았는데 빠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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