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 프로야구 넥센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올해 첫 노우트는 승률 5할을 맞추면 쓰려고 했는데…


• '신영이 언니' 송신영(38·사진)이 3200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는데 어찌 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19일 광주 KIA 경기서  252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송신영은 6과 3분의 2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이날 유일한 옥에 티는 최희섭(36)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는 것. 


이 전에 송신영이 선발 투수로 승리 투수가 된 건  8년 9개월 3일 전인 2006년 7월 15일 수원 LG 경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무려 (6이닝) 완봉승. 이게 얼마나 오래 된 거냐 하면 당시는 넥센도 아니고 현대 시절이었고, 김시진이 아니라 김재박 감독님이 팀을 이끌 때였습니다.


그 1년 전에는 더 재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쓴 시즌 리뷰에서 가져 오면 


한때 김병현 선수가 선발로 뛰고 싶어, 일부러 불펜에서 태업을 벌인다는 소설(?)이 돌았다. 송신영 선수가 어쩌면 그렇다. 구원으로 나선 경기에서는 46.3이닝, 방어율 5.05, WHIP 1.73, GPA .284의 그저 그런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RSAA는 -3. 하지만 선발로 돌아선 이후 확 달라졌다. 28.3이닝, 방어율 1.59, WHIP 0.88, GPA .169의 특급 성적이었다. RSAA는 +9.


아직 단 한 경기뿐이지만 이번 시즌 넥센 선발 수준(평균자책점 5.70)을 감안하면 이날 호투로 정말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은 사이드비 '봄바예'입니다. 송신영이 마운드에 오를 때 나오는 바로 그 노래죠. 올 시즌이 끝날 때까도 이 노래로 계속 갈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 올 시즌 넥센 마운드에서 가장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는 건 단연 김영민(28). 시즌 초반 세 경기에 이어 최근 다섯 경기에서 또 무실점입니다. 그 덕에 '조영락(조상우-김영민-손승락) 트리오'라는 신조어까지 출연한 상태. 무실점 행진이 끝나고 점수를 내줄 때는 '역시나' 하다가 요즘에는 '아니, 어쩌다 김영민이 이렇게 듬직한 거지?'하는 생각마저 품게 만듭니다.


최근 김영민이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왼손 타자 상대 기록(.188/.235/.188)이 좋다는 겁니다. 올해도 왼손 불펜이 '장식'인 팀 사정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신호죠. 올해로 벌써 8년차니 정신 차릴 때도 되기는 했는데 정말 야구에만 전념할 이유가 생겨 달라진 걸까요? 




• 거꾸로 한현희(22)는 참 답~답~합니다. 문제는 역시 볼넷이죠. 올 시즌 19이닝을 던졌는데 볼넷이 14개나 됩니다. 9이닝당 6.63개꼴. 사실 피안타율은 0.225밖에 되지 않는데 볼넷으로 스스로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3.55개에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그리고 누가 '초짜 선발' 아니랄까 봐 1회에는 상대 타자에게 OPS(출루율+장타력) 1.200으로 와르르 무너지고 있습니다. 성장통은 짧게 앓으면 앓을수록 좋은 게 당연한 일. 저 역시 장기적으로는 한현희가 선발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언제쯤 제대로 된 선발 투수 노릇을 하게 될까요?



• 타자 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면 일단 고종욱(26)이 1번 타자 자리서 자리 잡아 가는 분위기. 고종욱은 1번으로 나와서 .438/.550/.750을 쳤습니다. 물론 시즌 끝까지 이렇게 못 치지는 않았겠지만 서건창(26)은 부상 당하기 전까지 .231/.318/.385에 그치고 있었습니다. 고종욱은 19일 경기서는 1324일 만에 홈런도 신고했죠. 1번 타자가 살아나니 전체적인 팀 공격력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 하지만 2루수 공백은 채울 수가 없네요. 올 시즌 넥센 선발 2루수 타격 기록은 현재까지 .206/.306/.302입니다. 김지수(29)나 서동욱(31) 모두 타격은 물론이거니와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 김민성(27)이 돌아와 2루를 맡아주기 전까지는 계속 불안감을 안고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반면 김하성(20)은 유격수 자리서 기대 이상입니다. 물론 강정호(28)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302/.353/.508나 공격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팀이 흔한 건 아니니까요. 현재까지 넥센(.861) 보다 유격수 포지션 OPS가 높은 건 삼성(.887) 한 팀뿐입니다. 



• 노히트 노런 패배를 당하고, 신생팀 kt에게 2연패를 당할 때만 해도 '병신들' 소리가 절로 나왔던 게 사실.



하지만 넥센은 아직 올 시즌 127경기가 남아 있습니다. 128경기를 치렀던 지난해하고 비교하면 이제 개막전에서 1패를 당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돌아올 전력도 많은 상태고요. 올 시즌 넥센은 2~7위까지 모두 가능한 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치고 올라가야 할 텐데 기왕이면 윗 공기 좀 맡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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