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불운의 블라일레븐

버트 브라일레븐은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 불운을 뜻하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2년을 뛰며 4970이닝을 던져 방어율 3.31을 기록했다. S급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A급으로는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특히 1973시즌에는 미네소타에서 뛰며 2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스물 둘, 빅 리그에서 20승을 달성한 투수 가운데 15번째로 어린 나이였다.

그때는 아마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것이 브라일레븐의 시즌 최다승 기록이 될 줄은 말이다. 1984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19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그는 두 번 다시 2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1977년 2.72의 방어율로 아메리칸 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승수는 14승에 그쳤다. 14승은 AL 전체에서 겨우 공동 1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14승을 거둔 5명의 투수 가운데 브라일레븐을 제외한 4명의 평균 방어율은 3.85밖에 되지 않았다. 승운이 묘하게 브라일레븐만 비껴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겨우(?) 287승밖에 거두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리고 오늘 현재까지도 명예의 전당 어디에서도 그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수많은 세이버메트리션들이 각종 통계를 활용해 그의 기록을 재조명했지만 투표권자들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일레븐은 300승 투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 장원삼은 2007시즌 3승 투수?

이번 시즌 초반 장원삼의 모습에서 브라일레븐이 연상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장원삼은 25일 현재 4게임에 등판 24⅓이닝을 던져 단 1점의 자책점만을 허용했다. 방어율은 0.37로 전체 1위. 하지만 그는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만약 장원삼이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 지원을 받았다면 그는 현재까지 몇 승이나 거둘 수 있었을지 수학적으로 한번 계산해 보자.
1) 25일까지 전체 투수들은 1221⅓ 이닝을 던져 총 130회의 승패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9 ⅓ 이닝당 한 번 씩 승패 기록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원삼의 경우 총 3번이다.

2) 리그 방어율은 3.28이다. 장원삼의 방어율과 견줘 피타고라스 승률을 계산해 보면 98.2%가 나온다. 현대 타자들이 장원삼 등판시 평균 3.28점만 뽑아줬어도 98%의 승률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1)과 2)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 반올림하면 장원삼은 현재까지 3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어야 수학적으로 평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랜들, 레이번과 함께 공동 선두 그룹에 낄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0승 투수다.


# 리오스는 15승 투수!

만약 이런 계산 결과를 한 시즌 전체에 걸쳐 반복 계산해 보면 어떨까? 아래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지난 시즌 가장 승운이 없었던 상위 10명의 명단이다. pW는 위의 계산법으로 구한 가능 승수를 나타낸다.


물론 3승 차이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12승과 15승이 주는 느낌, 그리고 7승과 10승이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더욱이 김응용 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선발 투수에게 1승은 거의 연봉 1,000만원과 바꿀 만한 기록이다. 연봉 3,000만원 차이는 확실히 무시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다.

또한 승수의 증가는 패가 줄어는 효과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장원삼의 경우 승수는 그대로 12승이지만 패는 2개가 줄어 8패가 된다. 12승 10패와 12승 8패의 느낌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두 자릿수 패배는 어쩐지 거리낌이 드는 수치인 게 사실이니 말이다.


# 승패의 이면

물론 선발 투수의 등판 목적 가운데 하나는 승수를 챙기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리그에서 투수가 자신의 힘으로 단 1 득점을 추가시킬 확률은 0%에 가깝다.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지 않고서는 결코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유독 득점 지원이 부족한 선발 투수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16승을 거둔 랜들보다 16패나 당한 리오스가 지난 시즌 두산의 에이스였던 것이다.

승패 기록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기록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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