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가 좀 이상합니다. 


KT는 20일 이강철 현 두산 수석코치(52)에게 내년부터 3년간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날은 넥센과 한화가 대전에서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날이었습니다. KT가 감독 선임 소식을 알린 건 경기가 끝나고 1시간 10분이 지난 이날 오후 7시 38분. 아직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 경기 결과에 쏠려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각이었습니다.


'가을 야구' 기간 각 구단에서 감독 선임 등 중대 발표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이동일을 선택하는 게 불문율입니다. '잔치'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제일 주목받아야 하는 건 당연히 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두 팀이니까 관심을 흩어지지 않도록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KT는 이 감독 입을 빌어 "현재 팀(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어 감독 수락과 발표 시기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두산 김태형 감독님과 사장·단장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현 시점에서 발표하는 것이 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한국시리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두산과 KT 구단이 공감을 이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정말 딱 몇 시간도 더 못 참았을까요?


처음도 아닙니다. KT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진행 중이던 18일 오후 2시 44분 이숭용 단장 선임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때는 타이밍 말고 내용도 문제였습니다. 이 단장 선임 소식을 알린 보도자료에는 김진욱 감독이 물러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지만 구단에서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나 e메일 제목 어디에도 이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작은 제목을 제외하면 뒤에서 두 번째 문장이 되어서야 이 내용이 처음 등장합니다. 



아무리 성적 부진으로 감독을 떠나보낸다고 해도 이런 방식이 최선이었을까요? 어차피 떠날 사람 떠난다고 팬들에게 확실히 알려주기는 해야죠. 이진영(38)이 은퇴한다는 소식도 꼭 그런 식으로 알려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역시 가을야구 경기일에 선임 소식을 알린 LG(단장)와 롯데(감독)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쪽은 어쩐지 두 구단 사이에 뭔가 해프닝이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KT는 이런 사정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뭐가 그리 급했을까요? 야구라는 게 그렇게 '우리'만 앞세운다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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