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난 18일 롯데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고 강병철 감독의 사과를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만큼 최근 롯데의 성적은 충격적이다. 18일 현재까지 8승 23패, 승률 .258로 단연 꼴찌다. 7위 LG와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패한 가운데 원정 경기 17연패, 덕분에 LG는 6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팀의 득/실점 데이터를 통해 기대 승률을 예측하는 피타고라스 방식에 따르면 롯데의 현재까지 승률을 .404다. 13승 정도는 거두고 있어야 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수준은 못 됐겠지만, 그래도 현재처럼 암울한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최준석-최경환이 주축이 된 2:2 트레이드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음에도 이렇다할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건 더더욱 충격적이다. 상대가 LG라면 적어도 한 경기 이상 승리를 챙겨야 했다.

그럼 왜 이렇듯 승률의 편차가 큰 걸까? 안타깝게도 상대에게 9회말 공격을 허용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니까 원정 경기에서 롯데가 9번 공격을 하는 동안 상대는 8번의 공격만으로도 충분히 승리를 가져갔다는 얘기다. 반면 롯데는 홈에서도 9번이나 9회말 공격에 임해야 했다. 그건 달리 말해 팬들이 말하는 대로 '근성'이 부족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세이버메트릭스적으로 말해서, 필요할 때 득점을 뽑을 줄 아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롯데는 선취점을 뽑은 경우에도 승률이 .357(5승 9패)밖에 안 된다. 리그 평균은 .628이다. 6회까지 리드하고 있는 경우에 승률은 .700(7승 3패)으로 나빠 보이지 않지만, 이 역시 리그 평균은 .899나 된다. 달리 말해 불펜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타격도 심각하다. 3회까지 열세시 1승 10패다. 상대의 선취점에 너무도 무기력하게 무너진다는 얘기다. 정말 팬들이 '근성'을 언급하는 게 이해가 되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선수들을 응원해줄 수 있는 여유가 일부 팬들에게 좀 아쉽다. 어제 강병철 감독의 사과 후 응원 막대로 박수를 보내고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대다수 팬들은 물론 국내 최고의 응원 매너를 자랑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 특히 호남 지역 선수들의 사적 공간인 미니홈피에까지 들러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선수들은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고, 실제로도 정신적으로 꽤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물론 팬들에게는 선수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비웃고, 야유를 보낼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장 안에서의 일이다. 그것이 경기장 밖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인격모독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부산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구도이며, 부산 시민은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팬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믿으며, 지금은 그 어디서~로 시작되는 흥겨운 가사 속에 선수들의 근성도 되돌아오길 희망해 본다.

그리고 선수들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패하면 광안대교에서 뛰어 내릴 것만 같던 그 매서운 눈빛, 악바리 탱크 박정태가 바로 여러분의 선배라는 사실을 말이다. 몸쪽 공엔 눈하나 꿈쩍 않고 그대로 몸에 맞고 걸어 나가던 공필성이 여러분의 선배라는 사실 말이다. 외로운 마운드의 황태자, 100번의 완투를 기록한 윤학길이 여러분의 선배라는 사실을 말이다. 롯데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산다. 여러분의 눈빛이 살지 않으면 프로야구가 살지 못한다. 정말 근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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