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롯데가 프로야구 출범 후 1만3591일, 1만8872경기 동안 나오지 않았던 '끝내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기록을 쓰고야 말았습니다.


롯데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안방 팀 LG와 엘꼴라시코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LG는 1회 김현수(31)의 희생플라이에 이어 3회에도 역시 김현수의 2점 홈런으로 3-0으로 앞서갔습니다. 그러다 롯데가 7회 1점, 8회 2점을 뽑으면서 3-3 균형을 이룬 채 연장전에 접어들었습니다.


롯데는 10회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끝낸 반면 LG는 10회말 공격 시작과 함께 김현수가 내야안타를 쳤고 이어서 조셉(28)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무사 1, 2루 찬스를 맞았습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마운드에 있던 고효준(36)을 내리고 구승민(29)을 올려 채은성(29)과 대결하도록 했습니다. 구승민이 채은성을 상대로 병살타 유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롯데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이어 롯데 벤치는 구승민-나종덕(21) 배터리에게 다음 타자 이형종(30)을 자동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오지환(29)과 상대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여기까지도 계획이 맞았습니다. 오승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


그러나 삼진은 삼진이지만 아웃은 아니었습니다. 나종덕이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하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태가 된 것. 공이 뒤로 빠지자 3루에 있던 김현수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뛰어 들었고 나종덕이 공을 잡아 1루로 던졌지만 송구가 뜨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습니다.



이런 장면이 당혹스럽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마찬가지. KBO는 처음에 이 상황을 '끝내기 폭투'로 정리했지만 기록 확인을 거쳐 '낫아웃 끝내기 폭투'로 수정했습니다.


구승민의 이 폭투는 올해 롯데 투수가 기록한 61번째 폭투입니다. 이날까지 폭투 공동 2위 팀 KIA와 한화가 각 35개를 기록했고, 10개 구단 전체 합계가 305개라는 걸 감안하면 롯데는 정말 압도적인 페이스로 폭투를 쌓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LG는 올 시즌 유독 끝내기 폭투와 인연이 많습니다. LG는 지난달 23일 SK 신인 투수 백승건(19)이 9회말 2사 1, 2루에서 던진 공이 옆으로 빠지면서 승리를 선물 받았고, 이달 6일에도 KT 전유수(33)로부터 같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날이 LG의 올 시즌 세 번째 끝내기 폭투승입니다. LG를 제외한 다른 팀은 올해 현재까지 끝내기 폭투로 승리를 챙긴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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