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뛰던 2017년 메이저리그 경기 도중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A J 힌치 감독(왼쪽)에게 공을 넘기고 있는 마이크 파이어스. 휴스턴=로이터 뉴스1


메이저리그 휴스턴이 2017년 전자 장비를 활용해 상대 사인을 훔쳤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2017년은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던 시즌입니다.


'디 어슬레틱'은 "휴스턴이 2017년 안방 경기 때 외야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상대 포수 사인을 훔쳤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사실을 털어 놓은 건 2016, 2017년 휴스턴에 몸담았던 마이크 파이어스(34·현 오클랜드)와 익명을 요구한 전직 휴스턴 선수 세 명.


휴스턴 안방 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이들에 따르면 당시 휴스턴 더그아웃 바로 바깥에는 이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었으며 사인을 확인한 뒤 다음 구종을 예상해 타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분석이 아무리 빨리 끝나도 모든 구종과 코스를 알려주는 건 불가능한 일. 당시 휴스턴은 상대가 체인지업 같은 '오프스피드 피치'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 쓰레기통을 두드려 타자에게 '다음 공을 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었던 대니 파커(32·은퇴)는 "그해 (9월 21일) 휴스턴 방문 경기에 등판했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려고 할 때마다 휴스턴 더그아웃에서 무엇인가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상대 타자는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으니 '누리꾼 수사대'가 출동할 차례. 유튜버 Jomboy는 당시 경기 영상을 분석해 그럴 듯한 증거를 비속어를 섞어 제시했습니다.



확증 편향이 작동한 탓인지 모르지만 정말 화이트삭스 배터리가 체인지업 사인을 낼 때마다 '뱅 뱅' 소리가 난 것처럼 보입니다.


기록을 살펴봐도 의심스럽습니다. 2016년 휴스턴 타자들은 총 6204타석에 들어섰고 이 중 23.4%(1452타석)가 삼진으로 끝났습니다. 2017년에는 이 비율이 17.3%(6271타석 중 1087타석)로 6.1%포인트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휴스턴 삼진율이 많이 떨어진 팀은 클리블랜드였는데 1.7%포인트 감소가 전부였습니다. 휴스턴이 확실한 '아웃라이어'였던 셈입니다. 투수 쪽 기록을 같이 살펴봐도 이렇게 삼진을 많이 줄인 팀이 없습니다.



파이어스는 "휴스턴을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서 "(이런 식으로 사인을 훔친 건) 분명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그저 야구장을 조금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사인을 훔치는 건 상대팀뿐 아니라 휴스턴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도 손해다. 선배들이 부당한 방식을 써서 계속 일자리를 지키는 동안 어린 선수 가운데는 팀을 떠나야 했던 선수도 있었다. 사인 훔치기는 결국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덧붙였습니다.


휴스턴은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 때도 상대팀 뉴욕 양키스로부터 휘파람을 써서 사인을 알려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혐의없음' 판정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휴스턴은 "사무국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면서 "사실 관계를 확실하게 밝히기 전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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