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톰 브래디(43)가 고개를 떨궜습니다.


어쩌면 그게 뉴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브래디의 마지막 모습일지 모릅니다.


정규시즌에 12승 4패를 기록한 뉴잉글랜드는 4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테니시(9승 7패)에 13-20으로 패했습니다.


뉴잉글랜드가 플레이오프를 첫 단계인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건 2009~2010 시즌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고 역시 첫 판에서 떨어진 것도 이날이 10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뉴잉글랜드는 13-14로 뒤진 경기 종료 15초 전 마지막 역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브래디가 패스한 공을 로건 라이언(29)이 가로채 터치다운에 성공하면서 뉴잉글랜드가 꿈꾸던 기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라이언은 2016~2017 시즌까지 뉴잉글랜드에서 뛰었던 선수입니다.



그러면서 뉴잉글랜드는 9년 만에 처음으로 AFC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뉴잉글랜드는 2011~2012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여덟 시즌 연속으로 AFC 챔프전에 진출해 이 중 다섯 번 승리를 거두고 슈퍼볼에 진출했습니다.



이 다섯 번을 포함해 브래디는 팀을 총 아홉 번 슈퍼볼로 이끌었고 그 중 여섯 번 팀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안겼습니다. 이 중 네 번은 브래디가 최우수선수(MVP)였습니다.


브래디가 주전 쿼터백일 때 뉴잉글랜드가 플레이오프에서 남긴 성적은 30승 10패.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팀 가운데 뉴잉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팀 주전 쿼터백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경험한 걸 모두 더해도 26승(23패)이 전부입니다.


이날 브래디에게 패배를 안긴 라이언 태너힐(31)은 이전까지 플레이오프 경기 출전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짜'였습니다.


경기장을 떠나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톰 브래디. 폭스버러=AP 뉴시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해도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지난해 8월 5일 브래디와 뉴잉글랜드는 2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내용이 묘합니다. NFL은 '하드 샐러리캡(연봉상한제)'을 적용하는 리그. 어떤 경우에도 상한선 이상으로 선수단 연봉을 지금할 수 없습니다.


브래디는 팀이 조금 더 나은 전력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자기 연봉을 희생해 왔습니다.


주전 쿼터백으로 팀을 여섯 차례 슈퍼볼 정상으로 이끈 건 NFL 역사상 브래디 한 명뿐이지만 이번 시즌 연봉 2300만 달러는 쿼터백 중 11번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연봉을 적게 주는 대신 뉴잉글랜드는 브래디가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이 끝났을 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만약 브래디와 뉴잉글랜드가 3월 18일까지 연장 계약을 맺지 않으면 브래디는 NFL 데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FA 신분이 됩니다.


톰 브래디에게 팀에 남아 달라고 호소하는 뉴잉글랜드 팬들. 폭스버러=로이터 뉴스1


뉴잉글랜드 팬들은 브래디가 계속 팀에 남아 있기를 바라지만 현재 분위기가 꼭 그렇게 흘러가는 건 아닙니다.


브래디는 이날 패배 후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미리 예상하지도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단, "은퇴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래디는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브루클라인에 있는 집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입니다.


과연 다음 시즌 뉴잉글랜드를 이끄는 쿼터백은 누구일까요? 혹시 그게 브래디가 아니라면 그는 어떤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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