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키움 오주원. 키움 제공

'현대 마지막 적자(嫡子)' 오주원(36·개명 전 오재영)이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프로야구 키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오주원이 은퇴하기로 뜻을 굳혔다"고 25일 전했습니다.

 

오주원은 2004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현대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현대는 연고지 문제로 1라운드 지명권이 없었기 때문에 현대에서 뽑은 이해 첫 신인이 오재영이었습니다.

 

오재영은 2004년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면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2004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삼성 배영수(왼쪽)와 신인상 현대 오재영. 동아일보DB

오재영이 당시 신인상 경쟁을 벌이던 권오준(41)을 제친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히는 건 한국시리즈 성적.

 

(당시에는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뒤 기자단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현대와 삼성이 1승 2무 1패로 맞선 채 시작한 5차전 선발을 맡은 오재영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를 2개(홈런 1개)만 내주고 1실점하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습니다.

 

오재영은 결국 최종전이 된 9차전 때도 가을비가 축축하게 내리는 가운데 선발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 동안 4점을 내주고 팀이 8-4로 앞선 상태에서 마운드를 신철인(44)에게 넘겼습니다.

 

한국시리즈 최종 성적은 3경기 등판에 1승 무패 평균자책점 4.73이었습니다.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오재영. 동아일보DB

이해 한국시리즈에 현대 선수로 출전한 이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뛴 게 바로 오주원입니다.

 

현대 출신으로 (앞에 여러 이름이 붙었던) 히어로즈에 끝까지 남아 있던 선수도 오주원입니다.

 

이택근(41)도 중간(2010, 2011년)에 LG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지만 오주원은 18년 동안 한 번도 팀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것처럼 냉정하게 말해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던 덕에 계속 팀을 지킬 수 있던 것.

 

오주원은 결국 통산 584경기에 출전해 41승 57패 84홀드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67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현대 출신 현역 선수 명단
 이름(현재 팀)  입단  이적  이적팀  사유
 지석훈(NC)  2003  2013  NC  트레이드
 유한준(KT)  2004  2015  KT  자유계약선수
 오재일(삼성)  2005  2012  두산  트레이드
 전유수(KT)  2005  2012  SK  트레이드
 황재균(KT)  2006  2010  롯데  트레이드
 이현승(두산)  2006  2010  두산  트레이드
 정훈(롯데)  2006  2006  -  방출
 장시환(한화)  2007  2014  KT  트레이드

 

오주원은 "올 시즌 중반부터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내 상황과 위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27년 동안 투수만 하면서 원 없이 공을 던졌다. 야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신 "히어로즈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6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점점 제 첫사랑 현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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