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짜릿한 승리보다 압도적인 승리가 낫다." - 김성근 전 LG 감독
 
"강팀은 한점 차 승부에서 강하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들어봤을 문장. 그래서 야구 관련 게시판에서는 곧잘 이런 문장도 볼 수 있다. "역시 우리 팀은 한 점 차에 약하구나. 그래서는 어디 강팀이 될 수 있겠어?" 또는 "지금 잘 나가고 있으면 뭐해? 한점 차에 이렇게 약한데 큰 경기에서는 힘들겠구나." 그럼 김성근 전 감독님 말씀이 틀린 걸까?

실제 데이터로 이를 확인해보자. '56 시즌부터 '05 시즌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소속됐던 1,226팀을 대상으로 간단한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도구는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r². r²는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높을수록 절대값이 1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0에 가까울수록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나타낸다. 만약 강팀이 정말 1점차 승부에 강하다면 전체 승률과 1점차시 승률사이에 강한 상관관계, 즉 1에 가까운 r²를 나타나게될 것이다. 다음은 그 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r²가 .3414밖에 되지 않는다. 즉 팀 전체 승률로는 1점차 승부를 34.14%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점 차에서 가장 좋은 승률을 올린 팀은 '81 시즌 볼티모어다. 1점차 승부 28번 중 21번이나 승리를 이끌어 냈다. 승률로는 .750에 달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 팀의 시즌 전체 승률은 .562밖에 되지 않는다.

거꾸로 전체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역대 최다 기록인 116승에 빛나는 '01 시즌 시애틀이다. 이 해에 시애틀은 한 점차에서 26승 12패, 승률 .684의 높은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시즌 전체 승률인 .716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른 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서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강팀이라고 해서 한 점 차에 강한 게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두 점 차까지 포함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우리가 검증하고자 하는 명제를 "강팀은 박빙에 강하다"는 말로 조금 수정해 보자는 뜻이다. 이 경우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하지만 역시나 그리 높은 결과는 못 된다. 먼저 그래프부터 보자.

상관 관계가 퍽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r2 증가는 실제로 상관관계가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표본이 늘어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50년 동안 MLB팀들은 모두 19만4436 경기를 치렀다. 이 가운데 1점차 승부는 30.4%에 해당하는 5만9187 경기였다. 두 점 차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49.3%, 9만5765 경기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해당되는 경기 숫자가 늘수록 설명력 역시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럼 나머지 50.7%는 어땠을까? 석 점 이상 차이가 났던 나머지 9만8671 경기 승률도 알아보자. 표본수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위에서 단지 경기수가 늘어서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말의 진위 또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마찬가지라 석 점 차 이상의 승부와 전체 승률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r2가 .8236나 된다. 거의 똑같은 표본 숫자를 다뤘는데도 결과가 좋아졌다. 강팀은 오히려 점수차가 클 때 강하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이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 공격진이 점수를 많이 뽑고, 수비진은 점수를 적게 줄수록 승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수가 조화를 이룬다면 자연스레 상대팀과의 점수 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많은 점수를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실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공격진에서 점수를 많이 뽑았다고 반드시 실점이 적은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강팀이라고 해서 유달리 1점차 승부가 적은 건 아니다. 다음은 전체 승률과 전체 경기에서 2점차 이하 경기 비율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그래프이다.


r2 0.009는 두 변수 사이에 사실상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정도는 랜덤(random)한 결과다. 말하자면 팀의 전력에 따라 한 점 차 경기가 더 자주 나오거나 그 반대거나 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는 '운'이다. 게다가 팀의 전력에 의해 한 점 차 승부에서 승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미 확인했다. 그러니까 한 점 차 승부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통계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그래서 해설자들이 "강팀은 접전에 강하다"고 말할 때보다 김 전 감독님이 저 말씀을 하셨을 때 더 가슴에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해도 좋다. 강팀은 한 점차에 강하지 않고, 한점 차에 강하다고 해서 강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 팀이 약하거나 강해서 근소한 점수차 경기를 자주 갖는 건 아니라고 말해도 괜찮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참조사이트: http://www.Baseball-Refer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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