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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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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엔키엘에 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에 시달린 최고의 영건, 타자 전향을 시도했지만 찾아온 부상.

결국 엔키엘은 야구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서 두 시즌 동안 야구를 쉬어야했다. 그래서 엔키엘의 타자 전향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전문가들이 꽤 됐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 시즌 엔키엘은 PCL에서 32개의 홈런을 날리며 이 부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빅리그로 승격돼 타자 데뷔전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드라마틱한 성공기인 셈이다.

홈런이 터지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다름 아닌 토니 라루사 감독.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을 맡길 만큼 엔키엘에 대한 라루사 감독의 애정은 각별했다.

이제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는 없지만, 타석에서 멋진 홈런을 때려낸 엔키엘을 보며 라루사 감독은 힘찬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

이번 엔키엘의 홈런은 투수 시절 때린 2개의 홈런을 포함하면 커리어 3번째 홈런.


사실 야수가 투수로 전향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트레버 호프만도 마이너 시절 내야수였고, 트로이 퍼시벌은 포수 출신이다. 좌완 불펜 론 머헤이도 외야수로 빅리그에 5경기 출전한 적이 있었다. 폴 데린저, 밥 레몬, 마이크 마셜, 찰리 휴 등의 스타급 투수들 역시 전직 야수 출신이다.

비슷한 선수들은 우리 리그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현대의 황두성도 삼성 입단 당시에는 포수였고, 한화의 권준헌 역시 태평양 3루수 출신이다. 시애틀에서 뛰는 추신수 역시 고교 시절에는 투수 유망주로 각광받은 바 있다. 야수의 투수 전향 자체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반대 방향은 사정이 다르다. 물론 국내에서는 김응국, 이호준 등 성공한 선수들이 제법 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60년대에 활약한 바비 다윈을 제외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다윈 역시 만 34세에 은퇴를 선언할 정도로 그리 대단한 활약을 펼쳐보인 것은 아니다. 삼진이 너무 많았기 때문. 미네소타에서 주전으로 할약하던 3 시즌 동안 다윈은 평균 136개의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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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엔키엘 역시 삼진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마이너리그에서 102 게임을 뛰며 90개의 삼진을 당했기 때문이다. 볼넷은 겨우 25개.

파워는 인정할 만하지만, 참을성에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는 이야기. 다윈 역시 한 시즌 평균 21개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였다.

다윈은 만 29살에 주전 외야수가 됐다. 그리고 릭 엔키엘은 올해 28. 과연 엔키엘은 다윈과 달리 빅 리그에서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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