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요즘 센테니얼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아무리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아, 유니콘스 팬들은 더 이상 필요없구나"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엊그제 관련된 글을 쓰기는 했지만, 유니콘스 팬들이란 감독님에 대한 충성심이 넘치는 존재였던 게 사실입니다. 2위가 6위로 내려왔다고 해서 절대 먼저 "감독 잘라라"하고 말할 위인들이 절대 못 됩니다.

하지만 센테니얼은 김시진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했고, 김 감독께서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이광환 감독이라고요? 코칭 스탭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어떻습니까?

네, 현대의 색깔을 지우고 싶은 마음 이해합니다. 박노준 단장도 직접 "현대 유니콘스는 없어졌다"고 인터뷰 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단지 paper work일 뿐입니다. 팬들의 마음속에 아직도 유니콘스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유니콘스를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더욱 그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살아남을 것입니다.

박노준 단장께 묻고 싶습니다. 프로 스포츠 비즈니스가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요? 그럼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도 분명히 아십니까? 다른 사업 아이템을 얼마나 다양하게 가지고 계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은 '추억'입니다. 추억은 함께 했던 시간이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김시진 감독님께서는 단지 초라한 현대의 마지막 한 시즌을 책임진 감독이 아니십니다.

현대가 신인왕을 줄곧 배출한 것도,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최고의 투수 조련사 김시진 코치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투수 왕국' 현대 유니콘스의 산 증인이 바로 김 감독님이셨습니다.

네, 이 추억 다 지우세요. 그리고 정말 멋지게 새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식당·매점에서 10억 수익이 가능한데 추억 쯤이야 뭐 어떻겠습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지요.

그래서 저 역시 빠져드리겠습니다. 모든 걸 새로 바꿔야 하는데 26년 된 팬 같은 게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뼛속까지 현대 유니콘스 팬이어서, 태평양 돌핀스 팬이어서 죄송했습니다. 이제 그냥 야구팬으로 살겠습니다.

박노준 단장님, 그리고 이광한 감독님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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