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작년에 프로농구가 개막되기 전, 허재가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였을 겁니다.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한때 농구 고수님라 불리던 분께 이번 KBL 시즌 판도에 대한 의견을 여쭈어봤습니다. 그분의 대답은 "용병이 뛰어봐야 알지." 동의하시죠?

그럼 과연 이들은 프로 농구를 얼마나 주름잡고 있느냐? 따로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번 국내 선수들이 얼마나 작아졌는가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스타급 플레이어라 불릴 만한 선수들이 얼마나 초라한 성적인가 하는 저 말입니다. 기준은 PER입니다.

먼저 PER에 대해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PER은 Player Efficiency Rating의 약자로 John Hollinger라는 양반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낸 툴입니다. 리그와 팀간 페이스를 조정하고, 잘한 건 더하고 못한 건 빼는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공식은 너무 복잡해서 생략합니다. 정말 알고 싶으신 분은 http://www.basketball-reference.com/about/per.html 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리그 평균은 딱 15.00입니다.

다음은 일요일 경기까지 국내 선수들의 PER 상위 탑 10걸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숫자가 무얼 뜻하느냐? Hollinger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35.00 ;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시즌
30.00 ; 독보적인 MVP 후보
27.50 ; 강력한 MVP 후보
25.00 ; MVP 경쟁 가능
22.50 ; 올스타급
20.00 ; 올스타 마지노선
18.00 ; 솔리드한 2 옵션
16.50 ; 세번째 옵션
15.00 ; 썩 괜찮은 선수
13.00 ; 식스맨
11.00 ; 공격의 활력소로 활용 가능
09.00 ; 임대해야 할 선수
05.00 ; 버려야 할 선수

국내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방성윤 선수조차 올스타 수준에 도달하고 있지 못합니다. 용병 선수 가운데서도 방성윤보다 쳐지는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선수가 방성윤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탑 10이 썩 괜찮은 선수 정도로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실 2-3옵션으로 쓰이는 게 사실이죠. 어차피 용병들이 1-2옵션인 게 현실이니까 말입니다.

그럼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냐? 바로 리바운드입니다. 다음은 국내 선수들의 Rebound Rate 상위 10걸입니다. Rebound Rate는 자신이 뛰고 있는 시간에 발생한 튄 공의 몇 %를 걷어냈느냐 하는 점입니다. 단순한 리바운드 개수는 페이스와 슛 성공률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지 않았기에 고안된 지표입니다. 만약 다섯 선수가 똑같은 갯수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면 20%씩 기록될 겁니다.



RPG를 보시면 서장훈 선수조차 6.0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주성은 6.6으로 개수에서는 앞서지만 RbR로 볼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입니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수치라 보입니다. 리그 1위를 딕슨의 RbR은 .324, 즉 32.4%의 튄 공을 리바운드로 연결시킵니다. 거의 1/3 수준입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빅 맨들의 현실이 이러합니다.

그래서 3쿼터도 용병 제한을 추진한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빅맨들이 아닌 1번 선수들이 국내 선수 상위 RbR에 포진해 있는 건 확실히 별로 보고 싶은 광경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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