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엑셀 양과 무료하게 티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개인기 보여줄까? 하는 엑셀 양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깜짝 놀라, 이 아이가 무얼 보여주려고 그러나 짐짓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개인기라는 게 너무도 식상해서 전혀 웃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미 엑셀 양 없이는 살기 힘들어진 세상, 저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했습니다. 덕분에 뺨에 뽀뽀를 하사받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지요.

그리고 저는 그 일에 대해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엑셀 양, 자꾸만 자신의 개인기를 파울볼에 올리라고 협박을 해오는 겁니다. 사실, 최근 엑셀 양과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아, Ctrl+C / Ctrl+V, rank(#, #, 1) 등에서 많은 실수가 발생한지라, 기껏 해놓은 자신의 노가다들이 무참이 삭제되는 게 속으로는 불만이었나 봅니다. 이번 너의 개인기는 너무도 식상해서,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게 나을 거라고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그녀의 똥고집은 도무지 말릴 수가 없는 성질의 문제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다시 그녀의 노가다를 치하하며,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번에 그녀가 보여준 개인기란 주로 countif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성질의 문제. 게다가 네이버의 승/패 기록이 사실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몇몇 경기가 누락된 것 같더라구요, 다소 의문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뭐 한 두 경기 정도 빠진 정도라고 쳐도, 큰 차이는 없으리라는 엑셀 양의 설득에 힘입어 한번 밀어부쳐 봅니다. 다소 지긋지긋한 얘기. 바로 1점차 승부에 대한 것입니다.


다음은 전반기까지 각팀 점수차 별 승률 및 승패표입니다.



굵은 글씨가 최고 승률, 갈색이 최저 승률입니다.


표가 어지러우니, 그래프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래프 역시 어지럽긴 매한가지네요 ^^;


다른 점수 차이는 표에서 확인하시구요, 이번 글에서 알아보고자 하는 1점차 승부만 따로 떼어 내서 한번 보겠습니다.

먼저 표를 확인하시면 ;




그리고 그래프로 한번 보겠습니다. ;



전반기 상위 네 팀이, 한점차 승부에서도 승률 상위 4위까지를 나눠갖고 있습니다. 김재박 감독의 작전 야구팀이라 불리는 현대가 대망의 꼴찌를 차지했네요. ㅠㅠ


하는 김에 두 점차 승부까지로 범위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표에서 먼저 확인 ;




마찬가지로 그래프



기아가 두 점차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네요 ^^;


석 점차부터는 생략 ^^;

특이사항이랄 것까진 없지만, 현대는 석점 차 승부 5번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고, 기아는 다섯 점 차이에서 100% 승률을 보입니다.


위에서 1-2점 차이만 보여드린 까닭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비록 (주자가 없을 경우) 세이브/홀드는 석 점부터 인정되지만, 그래도 박빙이라고 부를만 하다면, 아무래도 1-2점 차이가 아닐까, 하고 혼자서 그냥 판단해 봤습니다. 그래서 한번 1-2점차를 종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올까 한번 알아봤습니다.

먼저 표로 ;




이젠 그래프라는 것 아시죠? ^^;




역시나 전반기 상위 네 팀이, 박빙이라 부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위권의 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팀은 한점차 혹은 박빙의 승부에 강하다는 말, 적어도 2005 시즌 전반기에는 참이라고 증명이 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또 저 위의 명제에 대한 유명한 반박이 있죠? 강팀이라면 박빙의 승부로 갈 이유가 없다. 즉, 크게 이겨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럴 일이 적다는 말이죠. 그럼 전반기에 8개팀은 몇번이나 1-2점 차이로 경기를 끝냈을까요? 표로 정리하면 ;




최하위 기아가 48번으로 꼴찌, 1위 삼성이 27번으로 접전을 펼친 경기가 가장 적었습니다. 마찬가지로, 2005 시즌 전반기에는 이 말 역시 참이라고 증명됐다고 하겠습니다.

이 두 명제를 비약해 보자면 ;

강팀은 접전의 승부를 잘 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승부를 펼치게 됐을 경우에도 승률이 높다.


그럼, 어떤 팀이 적은 점수차 승부에 강할까요? 일반적으로 불펜이 강한 팀, 그리고 한방보다는 자잘한 야구에 의존하는 팀이 이런 승부에 강하다는 게 통설이었죠. 이 역시 한번 검증해 보겠습니다.

먼저, 불펜이 강한 팀.

아래 표는 각팀 구원 투수들의 세이브와 홀드를 더한 수치입니다. 불펜진의 수준을 검증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도 있겠지만, 이기고 있는 경기를 계속 이기게 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즉 3점차 이내의 리드를 끝까지 유지시켜준다는 측면에서 이 수치들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박빙승률 1위를 달성한 두산의 경우, 이 수치에서 2위를 기록합니다. 반면, 박빙승률 꼴찌팀 현대는 이 수치에서도 마찬가지로 꼴지를 ㅠㅠ 박빙승률 6위 기아는 이 수치에서 7위입니다. 반면 LG는 이 수치에서는 수위를 달리면서도, 박빙승률에서는 7위에 머무는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박빙승률 2위팀 한화 역시 이 수치에서는 중위권인 4위에 머물렀습니다. 홀드라는 게 홀드가 가능한 상황에서라면 여러명에게도 주어지고, 또 결국 패한 경기라도 등판 당시 홀드 상황이면 홀드가 주어지기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단편적으로나마 알아보자면, 불펜이 강한 팀이 박빙의 승부에 강한지에 대한 판단은 이 자료로서는 판단할 수 없으나, 박빙승률이 낮은 팀의 불펜진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서 그럼 자잘한 야구는 어떨까?

아래 표는 각팀 타자들의 희생번트와 도루를 더한 수치입니다. 감독이 많이 개입하고, 선수들이 발로 득점을 만드는 시도를 한다면, 이 수치들에 가장 많이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접근을 취했습니다.



박빙승률 1위팀 두산은 이 수치에서 7위, 2위팀 한화는 8위. ^^; 이 수치 1위팀 SK는 박빙승률 4위, 2위팀 LG는 박빙승률 7위를 기록했습니다. SK는 희생번트 전반기 희생번트 1위팀이었는데요,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 보자면 (뭐, 아닌 경우들도 기억이 나서요 ^^;) 사실 이런 자잘한 야구와 박빙승률은 큰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2005 시즌 전반기에 한정한다면 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1:0으로 이긴 것도 1승이고, 0:18로 진 것도 1패입니다. 그리고 많은 야구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박빙 승부에서의 승률은 운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작은 점수차를 지키려고 애쓰고, 또 그 점수차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사실 큰 점수차 경기보다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봅니다. 제게만 그런 건가요? ^^;

이상, 엑셀 양의 참 많은 개인기가 동원됐던, 글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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