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이 결국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프로그램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141차 총회 셋째 날인 16일 2028 LA 올림픽 프로그램 채택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기초 종목에서 빠져 있던 근대5종, 복싱, 역도와 2028 LA 올림픽 및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제안한 5개 종목이 원래 투표 대상이었습니다.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근대5종과 역도는 IOC 집행위원회로부터 정식 종목 채택을 제안 받았지만 복싱은 또 한 번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총회에서도 아예 찬반 투표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IOC는 올해 6월 국제복싱협회(IBA·옛 AIBA)에 이미 퇴출 통보를 내린 상태입니다.
IOC 집행위원회는 당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IBA가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지만 IBA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너무 심각해 IOC가 IBA를 퇴출하는 게 유일한 결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IBA 퇴출 이후 IOC에서 공인한 새 국제기구가 없기 때문에 복싱에 대해 논의하는 건 무리라는 게 복싱이 이번 총회 투표 대상에서 빠진 이유입니다.
IBA가 처음 '문제아' 낙인을 받은 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였습니다.
편파 판정이 심해도 너무 심해서 도저히 눈 뜨고 봐 주지 못할 상태가 됐던 것.
이에 2006년부터 IBA를 이끌던 우징궈(吳經國·77·대만) 회장이 2017년 자리를 내놓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IOC는 결국 2019년 6월 26일 제134차 총회 때 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IF) 자격을 정지시켰습니다.
이제 진짜 빌런이 등장할 차례.
우 회장에 이어 IBA를 이끌게 된 가푸르 라히모프(72·우즈베키스탄) 회장은 조직폭력 그리고 마약 밀거래에 정통한(?) 인물이었습니다.
현재 IBA 수장을 맡고 있는 마르 크렘레프(41·러시아) 회장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에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IBA는 IOC 퇴출 결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IBA 운영 방식에 회원국도 불만을 품는 게 당연한 일.
현재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하는 '월드 복싱'이 이미 출범을 마친 상황.
다만 월드 복싱은 아직 IOC 승인을 받지 못해 올림픽 경기를 주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부터 내년 파리 올림픽은 IOC가 복싱 주관 단체입니다.
복싱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때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1920년 앤트워프 대회 때부터는 아직 한 번도 정식 종목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108년 만에 올림픽 퇴출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은 여름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1948년 런던 대회에서 한수안 선생(1926~1998)이 플라이급 동메달을 딴 걸 시작으로 올림픽 복싱에서 금 3개, 은 7개, 동메달 10개를 따냈습니다.
나머지 종목은 전부 2028 LA 올림픽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까지 LA 올림픽 프로그램에는 △골프 △근대5종 △농구 △라크로스 △럭비 △레슬링 △배구 △배드민턴 △사격 △사이클 △서핑 △수영 △스케이트보딩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승마 △야구·소프트볼 △양궁 △역도 △요트 △유도 △육상 △조정 △체조 △축구 △카누 △크리켓 △탁구 △태권도 △테니스 △트라이애슬론 △펜싱 △플래그 풋볼 △하키 △핸드볼 등 35개 종목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