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호크아이'가 위력을 발했다.

호크아이(Hawkeye)는 최근 테니스 대회에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세트당 두 번씩 '챌린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심판 판정이 맞는 것으로 판독 결과가 나와도 따로 패널티를 받지는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 US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에서도 호크아이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는 1세트에서 자기 서브에 아웃 판정을 받자 첫 번째 챌린지를 사용했다. 판독 결과 심판의 오심. 판정은 '에이스'로 바뀌었고 페더러는 서비스 게임을 지켜낼 수 있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심판이 에이스로 판정한 조코비치 서비스에 '챌린지'를 걸어 아웃 판정을 이끌어 낸 것. 호크아이가 없었다면 그대로 내주고 말았을 두 점을 원상복구했고, 페더러는 1세트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우승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었다.

왜 야구에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는 것일까?

야구도 퀘스텍(Questec)이라는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정확한 수치에 근거해 판독하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공식 판정에는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

야구 규칙 2.72에는 "스트라이크란 심판원이 '스트라이크'라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고 돼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정규 투구라고 하더라도 심판이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는 뜻이다. 심판 재량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과연 이 방법밖에 없을까?

또한 9.02(a)에는 "타구가 페어인가 파울인가, 투구가 스트라이크인가 볼인가, 또는 주자가 아우트인가, 세이프인가 하는 (중략) 재정은 최종인 것이므로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가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주장할 수 없다"고 나와 있기도 하다. 심판이 한번 판정을 내리면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는 뜻이다. 심판 권위가 정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그래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해마다 오심 시비를 반복하고, 심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이래도 심판 권위를 내세우려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되고, 심판 재량 때문에 생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이제는 '비디오 리플레이'를 도입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야구는 사실 테니스처럼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도 없다. 8월 24일 사직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오심'을 확인된 것은 평범한 소형 카메라의 힘이었다. 그 정도만 돼도 충분히 심판의 잘잘못을 가려내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많은 오심 논란은 '팔이 안으로 굽는' 팬심(心) 때문인 경우도 많다. 판독 결과 심판 판정이 옳았다면 이런 논란 역시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비디오 판정을 도입한다고 해서 심판 권위가 무조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늘도 우리는 심판들을 비난한다. 정확한 판정 100번 때문이 아니라 모호한 판정 단 한 번 때문에 말이다. 심판들에게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비디오 리플레이 도입은 분명 지금보다는 많은 이들이 판정에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야구에도 호크아이는 꼭 필요하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