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대형은 분명 좋은 타자는 못 된다. 오죽하면 '삼단분리 타법'이라는 말이 다 나오겠는가.

3할을 때린 지난 시즌에도 나는 이대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대형이 골든글러버라는 건 여전히 납득하기 힘들다.

단언컨대 콘택트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대형은 LG팬들에게만 인정받는 선수로 만족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도루의 영양가'는 무엇인가?

이대형은 19일 현재 출루율 38위(.321)로 득점 10위(69점)에 올라 있다.

물론 나도 안다. 득점 따위 쓰레기통에 버려도 좋을 기록이다. 내가 잘한 것보다 다음 타자가 더 잘한 증거가 바로 득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격 최종 목표는 득점이다. 득점을 많이 한 타자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는 주자 '빠르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Speed Score를 고안해 냈다.

국내 프로야구 기록을 가지고 이 기록을 구해보면 이번 시즌 이대형 기록은 역대 9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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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껏 감탄한 수많은 대도(大盜)들과 견줘도 결코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이대형은 분명 나쁜 타자고, 1번 타자로서 최악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대형이 현재 리그 최고 주자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도루왕은 좋은 타자가 아니라 좋은 주자가 받는다. 도루 영양가 역시 방망이가 아닌 발로 따지는 것이다.

기회가 날 때마다 뛰고, 뛸 때마다 거의 성공하고 그래서 득점까지 올리는 타자는 분명 훌륭한 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대형은 당연히 '영양가 높은' 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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