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영화 '행오버(Hangover·숙취 또는 후유증)' 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은 마약(痲藥) 성분에 취해 밤새 저지른 일을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너클볼 역시 마구(魔球)가 아닌 마구(痲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 타자들이 너클볼을 상대하고 나면 한참 동안 그 기억을 잊지 못해 헤매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R.A. 디키(토론토)를 상대하면 그렇습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디키 선발 다음 날 같은 팀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뉴욕 메츠(지난해 디키 소속팀) 투수들은 132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38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418과 3분의 2 이닝에서 이 기록은 4.56이었습니다. 확실히 디키 다음에 공을 던지면 성적이 좋아진 겁니다.

타순 디키 다음 평균자책(이닝) 나머지 평균자책(이닝)
조너선 니즈 2.34(42⅓) 3.71(148)
제레미 헤프너 2.16(33⅓) 8.25(36)
요한 산타나 3.75(24) 5.13(93)
매트 하베이 1.37(19⅔) 3.40(39⅔)
크리스 영 2.08(13) 4.41(102)
합계 2.38(132⅓) 4.56(418⅔)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 디키가 2010년 메츠에 합류한 뒤 디키 다음에 구원등판한 투수들 평균자책은 3.44였습니다. 이 선수들은 나머지 경기에서는 평균자책 4.26에 그쳤습니다. 특히 디키가 사이영상을 수상한 지난 시즌은 디키 다음 3.41, 나머지 4.78로 차이가 가장 컸습니다. 디키의 너클볼이 춤을 추면 출수록 타자들이 보통 공(?)을 때려내는 데 애를 먹게 되는 셈이죠

물론 이런 효과를 같은 팀 선수들만 누리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피츠버그 호머 베일리(피츠버그)는 9월 28일 경기에서 신시내티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습니다. 신시내티는 전날 디키를 상대해 7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헌납했습니다. 디키 다음날 선발 등판한 다른 팀 투수들은 9이닝당 삼진 8.2개를 잡아냈으니, 타자들 '너클볼 후유증'을 충분히 즐겼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물론 이런 반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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