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6년 전 오늘은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보스턴은 콜로라도 원정 경기에서 4-3 승리를 거두고 4연승으로 월드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2004년에도 세인트루이스에 4연승이었습니다.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5차전 경기를 마지막으로 치른 건 27년 전인 1986년. 이때 보스턴은 뉴욕 메츠를 두 점차로 꺾었습니다. 27년 뒤 5차전 때도 두 점차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은 29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4선승제) 5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보스턴은 이로써 3승 2패로 우위를 점한 채 안방 구장 펜웨이파크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월드시리즈 6차전 경기가 펜웨이파크에서 열리는 건 1918년 이후 95년 만. 만약 보스턴이 우승한다면 안방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 역시 이때 이후 95년 만의 일이 됩니다.

보스턴 에이스 존 레스터는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수준급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선발 등판한 레스터는 7와 3분의 2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습니다. 4회 매트 홀리데이에게 내준 1점 홈런이 유일한 옥의 티. 레스터는 경기 후 "포수 데이빗 로스(사진 왼쪽)하고 세인트루이스 타자들 방망이를 가능한 한 빨리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자고 이야기 했는데 이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로스가 리듬이 좋아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로스는 타석에서도 1-1로 맞선 7회 1사 1, 2루에서 왼쪽 파울라인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인정 2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렸습니다. 보스턴 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결승타점을 올린 건 로스가 네 번째. 로스는 경기 후 "데이빗 오티스가 더그아웃에서 팀원들을 불러 모아 기를 불어넣어준 이후 선수들 사이에 자신감이 퍼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오티스는 1승 2패로 뒤지고 있던 4차전 5회가 1-1 동점으로 끝난 뒤 팀 동료들을 모아 놓고 "못 하는 건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잘 하자. (이름이 똑같은) 로스가 오티스 몫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습니다. 오티스는 이날도 1회 2루타로 선취 타점을 올리며 솔선수범했습니다. 오티스는 그 뒤로도 안타 2개를 추가하며 보스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두 경기 연속 3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습니다. 오티스는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733(15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 4볼넷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스턴의 마무리 투수 우에하라 고지(上原浩治·사진 오른쪽)도 이날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이번 포스트시즌 일곱 번째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인데요, 우에하라 전 까지는 존 웨틀랜드(1996년·뉴욕 양키스) 트로이 퍼시벌(애너하임) 롭 넨(샌프란시스코·이상 2002년) 브래드 릿지(2008년·필라델피아) 등 4명이 7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었습니다.

4월 마라톤 대회 때 터진 폭탄 테러로 보스턴 시민들은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올해 이 도시의 야구팀 레드삭스는 그 어떤 진통제보다 강한 효과로 올해 내내 시민들 마음을 달래왔죠. 오티스는 안방에서 디트로이트를 꺾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여러분 덕이다. 보스턴은 아주 강한 도시"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보스턴 팬들이 '그저 우승'이 아니라 '안방에서 우승'을 더욱 바라는 이유입니다. 보스턴 팬들이 그 소원을 이루는 데 이제 딱 1승만 남았습니다.

월드시리즈 6차전 경기는 31일 오전 9시 7분(한국시간)에 시작합니다. 보스턴은 존 랙키, 세인트루이스는 마이클 와카를 각각 선발 투수로 내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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