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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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흔
 
프로야구 20만호 안타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이미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5월 19일 경기에서 터진 안타 66개 가운데 29번째 안타를 때려낸 선수가 대기록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KBO 공식 기록을 가지고는 누가 주인공인지 알기가 어렵다. 홈런이 아닌 이상 안타가 나온 시간을 따로 기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을 우리 프로야구 팬들이 아니다. 프로야구 팬 사이트인 파울볼의 한 회원(닉네임:랄라찬헌눈빛건창)은 해당 사이트에 팬들이 코멘트를 남긴 시각을 토대로 기록 추적에 나섰다. 경기 진행에 대한 팬들의 리액션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20만호 안타로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것은 잠실 경기에서 4회말에 터진 홍성흔의 좌전 안타다. 피안타를 기록한 투수는 KIA의 윤석민. 19만 9999호 안타는 현대의 지석훈일 가장 가능성이 높고, 20만 1호의 주인공으로는 김종국이 가장 유력한 상태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 중인 문자 중계와 코멘트가 달린 시각을 비교해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데이터 전송 시차로 인한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석훈의 안타와 홍성흔의 안타가 사이에 2분 정도 여유가 있다.

따라서 20만호 안타의 주인공이 홍성흔일 확률은 99%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KBO가 해야 할 기록 확인을 팬들이 직접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구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기록을 얻을 수 있는 통로 역시 KBO나 관련 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아니라 일반 야구팬 김범수 씨다.

그의 블로그(http://one-shot.tistory.com)에는 각종 상세 기록을 문의하는 야구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KBO 측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반증인 셈이다.

물론 올초 KBO에서 <프로야구연감>이나 <기록대백과> 등을 전자서적 형태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언제든 열람과 비교가 가능한 DB 형태의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쪽이 오히려 야구팬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내일 당장 김범수 씨가 자료 정리를 그만둔다면 일반 야구팬들은 좌투수에게 어느 타자가 강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메이저리그 팬들이 같은 기록을 찾고자 한다면 공식 홈페이지 방문 한번으로 족한 일인데 말이다.

게다가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도 기록 관리의 허점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머리만 좀 썼다면 20만호 안타에 대해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이벤트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난 해 총 관중수 8천만 이벤트는 잘 해놓고 또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20만호 안타가 터진 경기는 SBS 스포츠채널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실구장에 있지 못했던 팬들은 20만호 안타가 터진 순간을 지켜볼 수 없었다. 마침 광고가 나오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KBO에서 이벤트를 벌였고, 많은 야구팬들이 20만호 안타에 주목하고 있었다면 과연 이런 아이러니가 벌어질 수 있었을까? 올스타 투표에 덧붙여 '20만호 안타 주인공은 누구 될까?‘ 이런 작은 설문 하나 추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한때 KBO 게시판에 끊임없이 채용 문의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게시판이 거의 같은 내용으로만 도배될 정도. 결국 나중에는 게시판 관리자가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공지사항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실 이 문의는 KBO를 향한 유머스런 항의였다. 일 안 해도 되는 보수 좋은 직장이라 다들 들어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KBO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그래서 묻고 싶다. 채용 계획이 없는 건 알았으니, 일할 계획은 있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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