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05 시즌을 마지막으로 레드삭스를 떠났던 두 명의 선수가 5월을 맞아 펜웨이 파크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이유는 달랐다. 한 선수는 다시 레드삭스의 일원으로 싸우기 위해서 돌아왔지만, 다른 선수는 레드삭스를 맞이해 싸우기 위해서 돌아왔다. 전자는 팀 웨이크필드의 '전담포수' 덕 미라벨리, 후자는 '동굴맨' 저니 데이먼이다.

4월 한 달간 팀 웨이크필드의 공을 받은 포수는 조쉬 바드였다. 하지만 그에게 너클볼 포구를 맡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53이닝 동안 패스트볼이 무려 10개에 달했다. 마음 놓고 공을 던질 수 없는 웨이크필드의 성적 또한 1승 4패로 초라했다. 결국 엡스타인 단장은 파드레스 조지 타워스 단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적극 활용, 미라벨리를 재영입했다. 주전 자리를 노리고 파드레스로 이적했던 미라벨리 역시 피아자의 합류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였기에 딜이 성사되기 더욱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핀스트라이프를 입고 펜웨이 파크에 등장한 저니 데이먼. 예상대로 많은 팬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첫타석에서 데이먼은 30초 동안 야유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모조 돈다발을 그에게 던지는 팬들도 있었다. FA자격 획득 후 최고의 라이벌 팀으로 떠난 데다 양키스 이적 후 보스턴 구단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응징의 대가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아끼는 팬들은 그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데이먼은 양키스 헬멧을 벗어 해당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참으로 오묘한 분위기가 펜웨이 파크를 감돌았다. 보스턴 언론 또한 십수대의 카메라를 동원하며 그를 집중조명했다. 하지만 말끔히 면도된 그의 얼굴 어디에도 '동굴맨'의 이미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이 둘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지난 해 레드삭스에서 뛰었단 마크 마이어스 또한 양키스의 일원으로 펜웨이 파크를 방문했다. 주목받지 못한 채 조용히 펜웨이 파크로 돌아온 마이어스였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가 오티스에게 허용한 타구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보스턴 불펜에 떨어졌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석 점 홈런이었다. 팀에 선취점을 안긴 안타에 이은 경기 네 번째 타점. 결국 경기는 7:4 레드삭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오늘 경기를 WP(Win Probability, 기대승률) 그래프로 보면 다음과 같다.

WP는 이닝, 아웃 카운트, 주자 상황 등을 토대로 팀이 승리를 거둘 확률을 계산한 값이다. 양 팀은 50%의 WP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경기가 시작될 때 양 팀 모두 똑같이 50%씩 승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흐름에 따라 이 값은 변화를 거듭하게 되고, 이 값을 그래프로 그리면 경기의 "흐름"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괜찮은 도구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WP차이는 로레타의 재역전타에서 발생했다. 3:3 동점 상황에서 다시 한점 리드를 선사한 그 플레이는 20.5%의 WP를 변화시켰다. 곧바로 터진 데이빗 오티스의 홈런으로 레드삭스의 WP는 98.3%, 승리를 눈앞에 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경기 전체를 통해서 볼 때도 25.1%의 WPA(WP Added, 한 선수가 불러일으킨 WP 변화를 모두 더한 값)를 기록한 데이빗 오티스가 오늘 승리의 1등 공신이다. 2등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제몫을 다한 케빈 유킬리스(22.7%), 그리고 동점 적시타를 터뜨린 매니 라미레즈(19.7%)가 3위다.

양키스에서는 카노가 빛났다. 카노는 오늘 경기에 나선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29.8%의 WPA를 기록했다. 공격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수비에선 멋진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캐취한 결과였다. 하지만 2위 선수가 6.7%에 머문 알렉스 로드리게스일 정도로 팀원들의 도움이 미미했다. 펜웨이로 돌아온 데이먼은 -11.4%로 부진했고, 마크 마이어스 역시 홈런 한방의 대가로 -10.7%의 WPA를 받아 들어야 했다. 양키스의 '캡틴' 지터 또한 수비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9.4%의 WPA에 그쳤다.

양키스-레드삭스 경기는 '전통적 라이벌'이라 불릴 수밖에 없을 만큼 해마다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곤 했다. 올해는 데이먼의 양키스 이적으로 더더욱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태세다. 이제 겨우 첫 단추가 끼워졌고,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페넌트레이스 19 경기도 모자라 '03, '04년 연속으로 ALCS 7차전까지 치렀던 두 팀이다. 과연 그때의 전율이 돌아올 수 있을지 정말 큰 기대가 된다. 라이벌이 있기에, 그래서 더더욱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있기에, 올해 또한 아메리칸 동부 지구는 또 한번 팬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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