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마리야 샤라포바(29·러시아·세계 랭킹 5위·사진)가 세리나 윌리엄스(35·미국·1위)를 꺾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요. 샤라포바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6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윌리엄스에 0-2(4-6, 1-6)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샤라포바는 윌리엄스에게 18번 연속해 지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통산 맞대결 성적은 2승 19패(승률 .095)가 됐습니다.


샤라포바가 윌리엄스를 이긴 건 2004년 11월 15일(현지 시간)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챔피언십 결승전이 마지막입니다. 그러니까 벌써 만 10년이 훌쩍 지난 시절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냥 진 게 아닙니다. 샤라포바는 그 뒤로 윌리엄스를 18번 만나 모두 패하면서 딱 세 세트밖에 따지 못했습니다. 대신 0-6 참패를 두 번이나 당했습니다. 확실히 윌리엄스를 만나면 샤라포바는 고양이 앞에 쥐 신세가 됩니다.


▌샤라포바 통산 윌리엄스 상대 결과

 순번  연도  대회  라운드  바닥  결과  1세트  2세트  3세트
 1  2004  마이애미  16강  하드  0-2  4-6  3-6  
 2  윔블던  결승  잔디  2-0  6-1  6-4  
 3  투어 챔피언십  결승  카페트  2-1  4-6  6-2  6-4
 4  2005  호주오픈  준결승  하드  1-2  6-2  5-7  8-6
 5  2007  호주오픈  결승  하드  0-2  1-6  2-6  
 6  마이애미  16강  하드  0-2  1-6  1-6  
 7  2008  찰스턴  8강  클레이  1-2  5-7  6-4  1-6
 8  2010  윔블던  16강  잔디  0-2  6-7  4-6  
 9  2011  스탠퍼드  8강  하드  0-2  1-6  3-6  
 10  2012  마드리드  8강  클레이  0-2  1-6  3-6  
 11  런던 올림픽  결승  잔디  0-2  0-6  1-6  
 12  투어 챔피언십  결승  카페트  0-2  4-6  3-6  
 13  2013  도하  준결승  하드  0-2  3-6  2-6  
 14  마이애미  결승  하드  1-2  6-4  3-6  0-6
 15  마드리드  결승  클레이  0-2  1-6  4-6  
 16  프랑스오픈  결승  클레이  0-2  4-6  4-6  
 17  2014  브리즈번  준결승  하드  0-2  2-6  6-7  
 18  마이애미  준결승  하드  0-2  4-6  3-6  
 19  2015  호주오픈  결승  하드  0-2  3-6  6-7  
 20  윔블던  준결승  잔디  0-2  2-6  4-6  
 21  2016  호주오픈  8강  하드  0-2  4-6  1-6  


그렇다고 샤라포바가 톱 클래스 선수들에게 약한 것도 아닙니다. 샤라포바는 랭킹 10위 안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을 상대로 197승 87패(승률 .69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스하고 자신을 제외하고 현재 랭킹 10위 안에 든 선수 8명을 상대로는 45승 18패(.714)로 더 좋습니다. 이 8명 중에서 상대 전적에서 샤라포바를 앞서는 선수도 한 명도 없습니다.


문제는 역시 윌리엄스가 너무 괴물이라는 거겠죠. 윌리엄스는 한 번이라도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를 상대로 367승 94패(승률 .796)를 기록했습니다. 한번이라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선수를 상대로도 147승 56패(승률 .724)입니다. 사실 현재 랭킹 10위 안에 든 선수 중에서 윌리엄스를 두 번 이상 이겨본 건 샤라포바하고 언니 비너스(36·미국·10위)뿐입니다. 비너스는 동생을 상대로 11승 16패(승률 .40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8강 경기에서 샤라포바에게 아쉬운 점은 대회 내내 강점을 보이던 서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 이전 네 경기에서 샤라포바는 서브 에이스 52개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16강전에서는 벨린다 벤치치(19·스위스·13위)를 상대로 커리어 최고인 서브 에이스 21개를 성공했습니다. 같은 기간 윌리엄스는 25개였습니다. 하지만 8강에서 샤라포바가 3-13으로 뒤졌습니다.


그래도 샤라포바는 "윌리엄스는 내가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평했습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프로 세계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샤라포바는 윌리엄스를 상대로 통산 승률 .100을 넘긴 채 은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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