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 독자 분께서 방명록에 각종 메이저리그 수상자 선정 기준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기록으로 딱 떨어지는 타이틀 말고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수상자를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셨던 것. 이 기회에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MVP하고 신인상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로 결정합니다. 사이영상하고 감독상도 마찬가지로 BBWAA 투표가 기준입니다. BBWAA는 먼저 각 구단 연고지별로 투표자가 2명이 되게끔 투표인단을 꾸립니다. 지역 언론에서만 2명을 뽑을 때도 있고 전국 언론 소속 기자를 포함해 두 명을 만들어도 됩니다. 현재 BBWAA 회원은 모두 252명인데 이 중 60명만 투표에 참가하는 겁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회사 정책에 따라 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기자(reporters)는 뉴스를 보고(report)하는 사람이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MVP 투표 때는 각 기자가 가장 가치 있었다고 생각하는 선수(Most Valueable Player) 10명을 1~10 순위를 정해 적어냅니다. 그러면 1위부터 10위까지 14-9-8-7-6-5-4-3-2-1점을 기준으로 선수별 총점을 매깁니다. 여기서 1등을 차지하는 선수가 MVP가 되는 거죠. 신인상도 방식은 똑같은데 3명을 적어 내고 순위에 따라 5-3-1점 기준입니다. (사이영상은 5명에 7-4-3-2-1점, 감독상은 신인상하고 같습니다.)

 

이렇게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1위표를 제일 많이 받고도 MVP를 타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1999년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가 그랬습니다. 투표단 28명 중 8명이 당시 보스턴 소속이던 페드로 마르티네스(45)에게 1위 표를 주었지만 두 명은 아예 마르테니스 이름을 써넣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텍사스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45)가 그해 MVP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투표단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선수에게 표를 던질지는 순전히 투표자 마음이라고 BBWAA에서 보내는 안내문에도 나와 있습니다.

 

MVP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어떤 선수가 팀에 가장 가치 있는 선수인지는 순전히 투표자 개인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MVP가 꼭 디비전 우승팀 또는 플레이오프 진출팀에서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There is no clear-cut definition of what Most Valuable means. It is up to the individual voter to decide who was the Most Valuable Player in each league to his team. The MVP need not come from a division winner or other playoff qualifier.)

 

신인상도 기본적으로 방식은 같지만 '신인 기준'이 따로 있다는 게 다릅니다. 신인상 후보에 오르려면 투표 연도가 되기 전에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는 130 타수 △투수는 50 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안 됩니다. 또 로스터 확장 기간(9월 1일) 이전에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시기를 제외하고 45일 이상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어도 후보가 될 수 없습니다.

 

포지션별 최고 수비, 공격 선수를 가리는 골드글러브실버슬러거는 각 팀 감독과 코치가 뽑습니다. 제한 조건은 자기 팀 선수에게 표를 던지면 안 된다는 것. 골든글러브는 30개 팀 감독과 각 팀 코치 한 명씩 팀당 두 명이 뽑고 실버슬러거는 팀 별로 감독과 코치 세 명 등 총 네 명에게 투표권이 있습니다. 또 골든글러브는 객관식인 반면 실버슬러거는 주관식입니다.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개표 결과는 따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기준은 이 상을 후원하는 롤링스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팀이 137번째 경기를 치렀을 때 △투수는 137이닝 이상 △포수는 137경기 절반이 넘는 69경기 이상 △내·외야수는 690이닝 이상 소화해야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690이닝 이상 수비만 하면 자신이 가장 많이 나선 포지션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정할 때는 투표 이외에도 미국야구조사협회(SABR) 조사 결과를 반영합니다. 전체 투표 중 25%에 해당하는 비율입니다. SABR은 투표권자들에게 미리 자신들이 고안한 수비 지표 SDI(SABR Defensive Index)를 제공해 정확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합니다.

 

실버슬러거는 따로 포지션 제한이 없습니다. 후보 선정 기준도 따로 없습니다. '루이빌 슬러거 박물관'에 e메일을 보내 확인한 결과입니다. 이 박물관 담당자는 "문자 그대로 감독과 코치가 '이 선수가 해당 포지션에서 타격 솜씨가 가장 뛰어났다'고 판단한 선수를 적어 내면 그만이다. 그러면 이 투표 용지를 모아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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