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추추 트레인' 추신수(34·텍사스)가 부상자 명단(DL·Disabled List)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는 10일(현지 시간) "추신수가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껴 4~6주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텍사스는 추신수를 15일짜리 DL에 올린 상태입니다(사진).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요? 4~6주 결장이면 최소 28일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DL 기준은 15일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최소 13일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DL 날짜는 '최소 이 기간 동안에는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더 있는 건 상관이 없습니다. 


또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DL 등재일로부터 최대 10일간 소급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DL에 올렸다고 해도 열흘 전부터 DL에 올렸던 걸로 간주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해 류현진이 4월 5일 60일짜리 DL에 올랐을 때도 개막일(3월 27일)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한 가지는 DL은 15일짜리와 60일짜리가 있다는 것. 여기에 뇌진탕 때 쓸 수 있는 7일짜리 DL도 있습니다. 7일짜리 DL은 아예 이름부터 뇌진탕 명단(Concussion List)입니다. 부상은 아니지만 효과는 사실상 똑같은 출산 휴가자 명단(Paternity List)이나 위로 휴가자 명단(Bereavement List)도 있습니다. 출산 휴가는 최대 3일까지, 가족이 위중하거나 숨졌을 때 쓸 수 있는 위로 휴가는 최소 3일에서 최대 7경기까지 쓸 수 있습니다.


15일 DL와 60일 DL은 날짜만 다른 게 아닙니다. 제일 큰 차이는 15일짜리 DL에 오른 선수는 40인 로스터에 계속 남지만 60일 DL은 빠진다는 것. 어떤 선수가 DL에 이름을 올리면 40인 로스터 중에서 한 명을 25인 로스터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60일 DL에 선수를 올려두고 있는 팀도 새로 한 명을 40인 로스터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15일 DL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언제든 60일 DL로 옮길 수 있지만 반대는 안 됩니다. 또 7일이나 15일 DL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있으면 구단 주치의는 보름마다 한 번씩 복귀 예상 시점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60일 DL에 올린 선수에 대해서는 이런 의무가 없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DL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가 돌아올 때는 로스터에서 한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그게 싫고 지금 뛰는 선수를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쓰겠다면 복귀자를 웨이버해야 합니다. 60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40인 로스터를 잡아 먹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은퇴 상태인데도 여기 이름을 올리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알버트 벨(50·볼티모어)이 그런 케이스. 볼티모어에서 벨을 계속 DL에 올려둔 건 그래야 보험사에서 연봉을 보전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DL에 오른 선수는 경기에만 나서지 못할 뿐 팀과 동행하는 건 가능합니다. 커미셔너 승인만 받으면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에 앉아도 됩니다. DL 등재 기간 역시 메이저리그 서비스 기간으로 치고 자연히 연봉도 메이저리그 연봉을 그대로 받습니다. DL이 없어 다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FA) 취득 기간이 길어지는 한국 프로야구하고 다른 점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에는 DL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1군 주전 선수가 다치면 퓨처스리그(2군)로 내려보내면 그만입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부상자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현역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선수 동의를 얻어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건 가능합니다. 이런 과정을 영어로는 'rehabilitation assignment'라고 부릅니다. 선수 동의가 없으면 이 재활 기간은 20일(투수는 30일)을 넘을 수 없습니다.


DL이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건 1915년이었습니다. 벌써 시행 100년이 넘은 겁니다. 내셔널리그에서 이해 처음 DL을 도입할 때 기간은 10일이었습니다. 지금처럼 15일, 60일로 큰 틀을 잡은 건 1990년이었고 2011년이 돼서야 7일 DL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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