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그 누구도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다. 미래(未來)라는 낱말의 순수한 의미처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바로 미래이기 때문. 하지만 모든 분야의 추종자들이 그런 것처럼 야구팬들도 선수의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쓴다. 수십 억의 돈이 걸린 자유계약선수(FA) 선수들 성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병규가 일본으로 떠난 현재 우리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FA 계약자는 단연 박명환. 1996년 두산의 전신 OB에 고졸 신인 선수로 입단했던 박명환은 올 시즌 종료와 동시에 FA 자격을 취득, 잠실 라이벌 LG와 4년간 최대 40억에 계약을 맺었다. 팬들은 당연히 과연 박명환이 40억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한번 세이버메트릭스로 박명환의 성적을 예측해 보자.

사실 야구 선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이 개발돼 있는 상태. 물론 저마다 접근법을 조금씩 달리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비슷한 원리가 깔려있다. 그 원리란 다름 아닌 커리어의 유사성(類似性, similarity). 오늘 현재까지 유사한 커리어를 걸어온 선수라면 앞으로도 유사한 커리어를 쌓아갈 것이라는 게 바로 이런 예측법의 핵심이다.

먼저 유사도(Similarity Scores)를 통해 과연 박명환과 비슷한 커리어를 걸어온 선수가 누구였는지를 먼저 알아보자. 아래 표는 만 29세까지 성적이 박명환과 가장 유사했던 선수들 명단이다. 유사도 계산에는 베이스볼 레퍼런스 방식을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사도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주형광. 물론 주형광이 데뷔 초기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현재의 박명환에 견줄 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형광의 모습을 박명환과 비교하는 건 확실히 무리다. 게다가 주형광은 박명환보다 겨우 1살이 더 많을 뿐이다. 따라서 향후 커리어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주형광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김상엽, 문희수도 마찬가지. 이 두 선수 역시 만 30세에 유니폼을 벗었다. 여전히 현역이기는 하지만 노장진은 만 30세가 넘어가며 이미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자리를 굳혔다. 따라서 노장진도 제외. 이대진 역시 만 30세 이후로 마운드에서 모습을 보기가 힘든 형편이다. 정민태도 2001~2002 시즌을 일본에서 보냈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만 30, 33살의 자료는 줄 수 있다. 결국 김상진, 이강철, 김원형, 염종석과 정민태(일부) 정도의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우리는 박명환의 미래 성적을 예측해야 한다.

표본 부족을 문제 삼기에 앞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다. 비록 시대의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만 29세까지 박명환과 유사한 커리어를 기록한 선수 가운데 일찍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이 제법 된다는 점이다.

염종석보다 1점 적은 869점의 유사도를 기록한 오영일도 만 30을 넘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인저리프론의 이미지를 달고 있는 박명환에게도 분명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명환은 남들보다 조금 덜 던지는 성향이 있을 뿐 그것 때문에 선수 생명에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올 타입의 선수로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 모습은 확실히 그렇다.

지난 4년간 성적과 위에서 언급된 선수 5명의 기록 변화 추이를 통해 앞으로 4년간 박명환의 성적을 예측해 보도록 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두드런 차이는 역시나 삼진과 볼넷이 모두 줄면서 피홈런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박명환과 유사한 커리어를 쌓아 올린 투수뿐 아니라 거의 모든 투수가 노쇠화 과정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그 결과 RSAA가 7점 가량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팬들에게 결코 우호적인 결과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FA 이동이 활발하지 않은 국내 시장을 감안할 때 과연 박명환에게 40억을 지불한 것이 현명한 선택인가 그렇지 못한가는 비교 대상이 없어 명확하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박명환이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4년간 보여줄 것이 더 적다는 사실은 거의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FA란 타이밍이긴 하지만 말이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