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엉뚱하게 올림픽 AD 카드 문제까지 번졌습니다.


국민일보에서 '손연재 엄마 이 사진이 김연경에 피해를 줬을 가능성'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손연재(22·연세대)가 리듬체조 대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어머니도 AD 카드를 매고 있는데 이게 특혜라는 겁니다.  


일단 AD 카드라는 건 도대체 뭘까요? AD 카드에서 AD는 'AccreDitation'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영어 낱말 accreditation은 '인가(認可)'라는 뜻. 올림픽 같은 종합 스포츠 대회 때는 출입을 인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디를 출입할 수 있느냐? 이건 카드 카테고리마다 다릅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제가 리우 올림픽 때 받은 AD 카드입니다. 저는 기자를 뜻하는 'E' 카테고리를 발급받았습니다. (궁금한 건 아직 답을 못 찾은 것: E는 에디터·editor인가요?)


아래 쪽에 'TM'이라고 써 있는 건 'Media Transport System' 즉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기자들 타라고 제공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CDM'은 공동 구역(Common Domain)에 출입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그 아래 ALL은 모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고, MPC는 메인 프레스 센터(Main Press Centre)에 출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밑에 있는 숫자 4는 '미디어 취재 구역'에 출입해도 좋다는 뜻입니다.


물론 다른 숫자도 있습니다. 1은 '필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 선수단이 발급 받는 카드에 써 있겠죠? 2가 써 있으면 라커룸처럼 선수단이 경기를 준비하는 장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3은 대회 조직위 사무실 등 행정 구역 출입 허가 번호입니다. 5는 중계권이 있는 방송사가 사용하는 지역, 예를 들어 IBC(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r), 중계 부스 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6은 올림픽 패밀리 라운지 출입 가능 번호입니다. 공항이나 기차역에 있는 그 라운지하고 같은 개념입니다. 제 카드에는 숫자가 하나만 등장하지만 여러 개를 동시에 적은 카드도 있습니다.


그럼 AD 카드는 어떻게 발급할까요? 이번에도 카테고리마다 다릅니다.


선수단은 대한체육회(KOC)를 통해 발급받습니다. 이번 올림픽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KOC에 할당한 카드는 331장이었습니다. 여기서 출전 선수 몫 204장이 먼저 빠집니다. 엉뚱한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선수도 당연히 'Aa'라고 쓴 선수용 AD 카드를 발급 받습니다. 저 국민일보 기사에서도 손연재는 AD 카드를 매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오는 선수가 1만 명도 넘는데 AD 카드 없으면 누가 누군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나머지 127장은 코칭 스태프 등이 나눠 갖습니다. 이 127장이 부족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28·페네르바흐체)이 통역까지 대신했다"는 둥 문제가 된 겁니다.


배구가 이 AD 카드 때문에 시끄러울 때 KOC에 문의한 결과 "기존 발급 인원 등을 토대로 수요 조사를 마쳐 최종 할당량을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배구는 "더 줄 수 없냐"고 물은 적이 없다고 하고, 마라톤은 '육상'으로 카드 분배를 하기에 모자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라톤은 제 추측입니다.)


이번 올림픽 때 미디어용 AD 카드는 총 5800장이었습니다. 이걸 전 세계 기자들이 나눠 갖습니다. 이 역시 여러 조건에 따라 신청 가능한 인원에 제한이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동아일보는 6장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영구불변인 것도 아닙니다. 스포츠동아는 이번에 AD카드 두 장을 신청해 발급받았지만 한 명만 현장에 갔습니다. 이러면 다음 번에는 두 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5800장에는 중계권이 있는 방송사용 AD 카드(RTb)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올림픽은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를 위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돈을 내는 '전주(錢主)'나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에 소개한 매슈 매코너헤이가 매고 있던 AD 카드도 RTb고, (제 기억이 맞다면) 손연재 어머니 역시 RTb였습니다. (실제로는 RTb 상위 버전인 RTa였고 SBS에서 발급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걸 발급 받았다고 해서 선수단 AD 카드 쿼터에 영향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AD 카드가 아무나 원하는 대로 발급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밀 클럽 초대장 같은 것도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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