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겨서 다행이다." vs "진 게 보약이 됐다."


2016~2017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 남자부 2위를 차지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과 3위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6라운드 맞대결 결과를 두고 서로 다른 풀이를 내놓았습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자리에서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국전력이 맞대결 전적 5전 전승을 기록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3-0 완승을 거뒀습니다. 승패는 일방적이었지만 여섯 경기 중 네 경기가 풀세트(5세트) 접전을 치를 만큼 내용 자체는 불꽃이 튀었습니다.


최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이긴 덕에 한국전력을 상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오히려 부담없이 맞붙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신 감독은 "단기전을 앞두고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신 감독은 그러면서 "현대캐피탈이 서브가 좋다는 건 공격력이 좋다는 얘긴데 우리는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감독이 저렇게 말하지 않아도 사실 한국전력 선수들은 현대캐피탈 서브를 봉쇄하는 데 능했습니다. 


서브는 에이스로 직접 득점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공격 세팅 과정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우리 팀이 서브를 넣을 때 우리 팀이 득점을 얼마나 올렸는지 살펴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서브를 넣은 팀이 득점에 성공한 확률은 30.6%였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이 비율이 33.1%로 리그 평균보다 10% 가까이 높았습니다. 물론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제일 높은 기록입니다.


한국전력 선수들이 현대캐피탈 서브를 받으면 이 기록은 32.1%로 내려갑니다. 숫자 자체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 그래도 대한항공(29.6%) 다음으로 현대캐피탈 서브를 잘 받는 팀이 한국전력이었습니다. 9경기밖에 뛰지 않은 외국인 선수 대니(29·크로아티아)를 제외하고 현대캐피탈 주전 선수 5명 중 4명이 한국전력을 상대할 때 이 기록이 내려갑니다. 유일하게 올라가는 신영석(31)도 전체 32.0%, 한국전력 상대 32.5%로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8초의 승부사' 이시우(23·사진)가 현대캐피탈에서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시우가 원포인트 서버로 나와 한국전력 코트를 향해 서브를 넣으면 이 기록은 42.4%로 올라갑니다. 전체 기록(37.0%)도 좋지만 한국전력을 상대로는 더 좋습니다. 이시우가 서버로 등장했다는 건 세트 후반 승부가 팽팽하다는 뜻. 이시우의 서브 폭탄 하나로 전체 시리즈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시우도 '천안 아이돌'에서 전국구 지명도를 얻을지 모릅니다.


한국전력에서는 역시 전광인(26)이 키플레이어입니다. 전광인은 올 시즌 '2단 공격' 최강자입니다. 전광인은 2단 공격 성공률 51.4%로 2단 공격을 25개 이상 시도한 선수 중에서 성공률이 제일 좋습니다. 현대캐피탈 상대 6경기에서는 이 기록이 58.9%로 더 올라갔습니다. 한국전력이 시즌 전체 리시브 성공률(52.5%)보다 현대캐피탈 상대 기록(40.4%)이 12%포인트 넘게 낮은데도 5승 1패로 앞서 갈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전광인의 2단 공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전력에서는 윤봉우(35·사진)도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세트당 블로킹 0.618개로 올 시즌 블로킹 1위를 차지한 윤봉우는 친정 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는 세트당 블로킹 0.667개로 기록이 더 좋았습니다. 6개 상대 구단 중에서 3위로 기록으로는 평범하지만 현대캐피탈 주포 문성민(31)을 10번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윤봉우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기록한 블로킹이 총 17개인데 그 중 58.8%가 문성민 기를 꺾는 결과였습니다.


거꾸로 그렇기에 현대캐피탈이 승리하려면 문성민이 제 몫을 다해야 합니다. 올 시즌 문성민은 공격 성공률 54.6%, 공격효율 .378을 기록했는데 한국전력을 상대로는 성공률 51.4%, 효율 .299로 나빠졌습니다. 특히 문성민은 시즌 전체 평균(38.9%)보다 한국전력 상대(41.6%) 2단 공격 점유율이 높았지만 2단 공격 성공률이 36.8%(공격 효율 .123)에 그칠 정도로 팀히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현대캐피탈로서 고무적인 건 마지막 6라운드 때는 문성민이 윤봉우 블로킹에 하나도 당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올해 남자부 플레이오프는 19일 천안에서 1차전을 치르고, 21일에는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2차전을 진행합니다. 3차전이 필요하면 23일 다시 천안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역대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2시즌 중에서 5시즌(41.7%)은 정규리그 1위가 아니라 플레이오프 승리팀이 챔피언이 됐습니다. 당장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현대캐피탈도 통합우승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 '쿠데타'를 노릴 수 있는 건 두 팀 중 어떤 팀이 될까요? 이미 열린 플레이오프 12번 중에서는 1차전 승리 팀이 11번(91.7%) 챔프전에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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