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실상 삼성의 1위는 확정이다. 그리고 2위 자리를 놓고, 현대와 한화와 격돌을 벌이고 있다. 3위 한화와 4위 KIA는 3.5 게임차.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경기가 30 경기 안팎이라고 할 때 뒤집기 쉬운 차이는 아니다. 따라서 삼성, 현대, 한화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한 상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한 자리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KIA, SK, 두산이 2.5 게임차로 박빙의 승부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재미있는 건 SK가 2승 1패로 두산과의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하며 마친 가운데, 각 팀이 맞물린 일정을 펼치게 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마지막 티켓 한 장의 향방은 바로 이들의 직접적인 맞대결을 통해 판가름 나게 될 전망이다.

먼저 4위 KIA는 사실 가장 힘든 6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절대적인 열세를 겪고 있는 두 팀, 현대/한화와 연달아 맞붙는다. KIA는 이 두 팀을 상대로 7승 18패(승률 .280)에 몰려있다. 만약 이 승률이 6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2승을 거두기 버거운 수치다. 그리고는 SK와 맞붙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시즌 상대전적 9승 5패로 SK에 앞서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 스케줄이 어떻게 짜여질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재 확정된 마지막 경기는 다시 한화다. 현재 4위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KIA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SK의 경우 KIA와 맞붙기 전에 롯데, LG를 만난다. 이 두 팀을 상대로 SK는 12승 1무 12패다. 두산은 거꾸로 LG를 먼저 만나고, 그 다음이 롯데다. 상대전적은 12승 8패다. 물론 이 승률이 그대로 유지되라는 법은 없지만, 두산이 좀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결국 똑같은 상대를 순서만 바꿔서 만나는 동안,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 하는 점이 4강 진출에 있어 두 팀의 갈림길이 될 확률이 높다. 이후 두산은 SK와 KIA가 맞붙는 동안, 한화와 대결을 펼친다. 두산 역시 한화에 6승 8패로 그리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게다가 만약 이때까지도 2위 싸움이 한창이라면 정말 알 수 없는 시리즈가 펼쳐질 것이다.

물론 스케줄이 확정된 경기가 전부는 아니다. 이 점에서 가장 불리한 팀은 SK다. 다른 두 팀이 94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데 비해, SK는 102 경기나 소화한 상태다. 끝까지 혼전이 거듭되는데 보여줄 게 남아 있지 않다면 확실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미 확정된 스케줄이 모두 소화된 상태라고 할 때, SK는 기아 · 두산과 각각 1경기씩밖에 남겨두지 않게 된다. 반면 KIA와 두산은 서로 5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해 두산이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2위를 차지했듯이, 두 팀의 혼전양상이 SK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다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는 뜻이다.

KIA는 이번 시즌 '5할본능'이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끊임없이 5할 승률 언저리를 유지하며 결국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이 본능에만 충실해도 4강을 차지할 분위기다. SK는 KIA의 상승세를 무색케 할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뜨겁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리빌딩이 성공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경우 지독한 여름 슬럼프를 겪었지만,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그들의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늘 그렇듯, '미라클 두'는 미리 그들의 기적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는 정말 미궁 속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을야구행' 막차를 타는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그리고 그 주인공과 준플레이오프를 벌일 주인공은 또 누가 될 것인가. 확실히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재미있는 '06 시즌 프로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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