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람들아, 언제까지 내 명예를 짓밟고 헛된 것을 사랑하며 거짓을 찾아다니려 하느냐? ─ 가톨릭 성경 시편 4:03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4:03이라는 숫자가 현재까지 프로야구 롯데 발목을 잡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4:03은 4시 3분이 아니라 4시간 3분이라는 뜻. 4시간 3분은 20일 현재 롯데 목요일 경기가 끝나는 데까지 걸린 평균 시간입니다.


롯데는 현재까지 경기당 평균 3시간 31분으로 리그 평균(3시간 15분)보다 경기 시간이 16분 더 깁니다. 이걸로 이미 10개 구단 가운데 최장 기록입니다. 목요일이 되면 이 격차가 52분까지 벌어집니다. 나머지 9개 구단 그 어떤 팀도 어떤 요일에도 이보다 길게 경기를 하지 않습니다.


경기를 오래하면 성적이라도 좋으면 좋을 텐데 실제로는 반대. 롯데는 목요일에 2승 5패(승률 .286)로 10개 구단 가운데 제일 나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롯데 2019 시즌 목요일 성적
 날짜  상대  스코어  결과  투수  시간
 3/28  vs 삼성  12-7  패  6  4:16
 4/04  @ SK  6-7  패  6  4:01
 4/11  vs 두산  1-5  패  4  3:25
 4/18  vs KIA  10-9  승  6  4:10
 5/02  vs NC  6-7  패  9  4:58
 5/09  @ KT  13-6  승  5  4:10
 5/16  vs LG  2-3  패  3  3:21


프로야구에서는 목요일 경기가 끝나면 주말 경기가 열리는 구장을 향해 이동해야 합니다. 목요일 경기가 늦게 끝나면 당연히 금요일 경기에도 영향을 주겠죠? 금요일 경기 성적이 제일 나쁜 팀 역시 롯데입니다. 롯데는 금요일 8경기에서 2승 6패(승률 .250)를 기록 중입니다.


롯데가 제대로 쉬면 성적이 나온다는 건 화요일 경기 성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롯데는 화요일에 5승 1패로 10개 구단 가운데 성적이 제일 좋고, 롯데 경기 시간(3시간 11분)이 제일 짧은 날도 화요일입니다.



문제는 역시 투수진. 목요일 경기 때 롯데 투수진이 한 이닝을 끝내는 데 필요한 투구수는 18.6개로 리그 평균(16.8개)보다 2개 가까이 많습니다. 이렇게 투구수가 많은 이유는 물론 '볼질' 때문. 롯데 투수진이 목요일에 던진 공은 총 1252개. 이 중 38.5%(482개)가 볼이었습니다. 예상하시는 것처럼 이보다 볼 비율이 높은 팀은 없습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볼을 남발하고 있다는 건 새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하는 일도 늘어난다는 뜻. 롯데는 목요일에 투수를 평균 5.6명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나머지 9개 팀에서 목요일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평균 4.1명으로 롯데보다 1.5명 적었습니다.


그래서 불펜 투수를 많이 써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느냐? 이번에도 역시나 아닙니다. 롯데 구원진이 목요일에 기록한 평균차책점은 9.19. 굳이 순위를 알려드릴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부문 9위가 두산인데 기록은 5.82입니다.


투수진이 이렇게 얻어 터질 때 타선이 침묵하면 그래도 경기가 빨리 끝날 텐데 이날 현재 팀 OPS(출루율+장타력) .706을 기록 중인 롯데 타선은 목요일 경기 때는 .781(3위)까지 기록을 끌어 올립니다. 목요일 경기에서 앞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면 이 기록은 .990(2위)으로 더욱 타격 결과가 좋아집니다.


그렇다고 경기를 빨리 끝내라고 일부러 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과연 롯데는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 이동일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면 팀 순위도 올라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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