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굳이 따지자면 올해 프로축구는 호황이고, 프로야구는 불황이지만 국내 최고 프로 스포츠가 프로야구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겁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프로야구 팬이 가장 열성적이라는 뜻.


실제 조사 결과도 그렇습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해 9~12월 4대 프로 스포츠 관람객 총 3만2171명을 대상으로 '2018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조사에 자체 개발한 '열성팬 지수'를 포함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야구 팬은 평균 72점으로 프로배구 여자부(62.5점)를 여유있게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머지 5개 종목 평균이 60.5점이니까 프로야구 팬이 독보적으로 1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성 팬 지수는 아래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해 5점 척도(전혀 그렇지 않다 - 그렇지 않은 편이다 - 보통이다 - 그런 편이다 - 매우 그렇다)로 답한 걸 100점 단위로 환산해 평균을 낸 값입니다. (프로야구 관람객 설문지 기준)


• 프로야구 경기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경기 규칙 이해도).


• 주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주전 선수 인지).


• 리그 내 다른 팀 주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타 팀 선수 인지).


• 나는 ○○(kini註 - 팀)의 열성 팬이다(열성 팬).


•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의 팬으로 알고 있다(팬 인지).


• ○○의 성적에 따라 응원하는 팀을 바꿀 수 있다(응원팀 유지).


• 나는 ○○와/과 관련된 새로운 뉴스를 수시로 확인한다(응원팀 뉴스 확인).


 종목  경기 규칙 이해도  주전 선수 인지  타 팀 선수 인지  열성 팬  팬 인지  응원팀 유지  응원팀 뉴스 확인  평균
 프로야구  76.8  74.9  58.4  71.1  74.3  78.7  69.7  72.0
 프로배구 여자부  71.2  64.2  54.7  60.5  54.2  74  58.7  62.5
 프로축구  72.1  56.5  46.8  59.3  57.2  72.6  58.1  60.4
 프로배구 남자부  70  61  52  57.2  53.3  73  55.9  60.3
 남자 프로농구  69.2  59.9  50.8  58  55.6  69.1  55.8  59.8
 여자 프로농구  68.9  59.9  50.8  58.9  52  70.5  55.1  59.4


각 항목별 결과에서는 '응원팀 유지'가 74.3점으로 제일 평균 점수가 높았습니다. 원래 응원팀을 바꾼다는 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뜻. 제 제인 중 한 명은 "(운동권에 몸담았다가 보수 여당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김민수 이재오도 응원팀은 못 바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말했습니다.


네, 오버했습니다.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조사에는 '과거에 응원 구단을 변경한 경험 및 이유'를 묻는 설문도 들어 있었는데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20.6%가 응원 구단을 바꾼 경험이 있으며, 응원 구단을 바꾼 이유로 제일 많이(25%) 꼽은 건 '거주지 변경'이었습니다.


거꾸로 '타 팀 선수 인지'가 평균 52.3점으로 제일 점수가 낮았습니다. '리그 내 다른 팀 주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는 건 직업적으로 스포츠를 살펴야 하는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게다가 국가대표 경기 때 그런 것처럼 상대 선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우리 팀을 응원하는 데 큰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야구 롯데를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롯데 팬은 타 팀 선수 인지 항목에서 55.8점으로 SK 팬(55.7점)에 이어 9위에 그쳤습니다. '우리 팀 주전 선수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항목에서도 롯데 팬은 71.6점으로 8위. 요컨대 '구도(球都·야구도시)'에 살아도 프로야구 선수 이름은 모를 수 있는 겁니다.


 팀  경기 규칙 이해도  주전 선수 인지  타 팀 선수 인지  열성 팬  팬 인지  응원팀 유지  응원팀 뉴스 확인  총점
 두산  79.1  81.1  57.9  76.6  80.9  86.2  75.1  76.7
 LG  80.4  78.8  62.2  74.5  78.7  83  72.7  75.8
 한화  79.2  79.3  58.5  75.1  79.4  83.3  75.5  75.8
 KIA  76.2  75.6  59.8  72.8  76  75.6  71.2  72.5
 SK  76.9  72.8  55.7  69.8  72  82.1  68  71
 키움  78.1  72.6  58.4  67.6  68.5  74.3  67.8  69.6
 롯데  73.8  71.6  55.8  68.4  72.5  76.4  66.8  69.3
 삼성  73.1  71.2  57.5  68.6  70.8  74.8  65.5  68.8
 NC  73.1  70.2  58.7  67.4  70.5  75.6  65.5  68.7
 KT  68.5  72.1  59.2  65.9  68.5  71.2  66.2  68.5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롯데 팬으로 알고 있다'는 대답이 6위(72.5점)에 그친 건 좀 의외입니다. 말씨만 들어도 누가 롯데 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 않나요? 그리고 롯데는 '골수 팬'이 많다는 이미지도 강한데 말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응한 롯데 팬 1352명 가운데 59.7%(807명)가 부산 거주자였고, 제일 많은 22.5%(304명)가 15년 이상 롯데를 응원했다고 답했습니다. 프로야구 팬 전체 1만1374명 가운데는 '올해부터 응원을 시작했다'는 팬이 20.2%(2298명)로 제일 많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팀 팬인지 잘 모르는 건 역시 키움과 KT였습니다. 두 팀 팬은 나란히 68.5점을 기록했습니다. KT 팬은 스스로 열성 팬이라고 생각하는 점수(65.9점)도 제일 낮았습니다. KT 마케팅팀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겠죠?


전체적으로는 두산 팬(76.7점)이 제일 열성팬 지수가 높았고, LG와 한화 팬이 나란히 75.8점으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조사는 문화관광부에서 후원했으며 조사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0.51%포인트입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