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도 여자 테니스는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될 조짐입니다.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2·세계랭킹 2위·사진)와 비너스 윌리엄스(39·미국·44위)가 제일 먼저 이변 희생양이 됐습니다.


오사카는 대회 첫날인 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율리아 푸틴체바(24·카자흐스탄·39위)에 0-2(6-7, 2-6)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카사는 지금까지 14번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는데 1회전에서 탈락한 건 2017년 프랑스 오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오사카는 지난해 US 오픈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8·미국·10위)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뒤 이어 열린 올해 호주 오픈에서도 페트라 크비토바(29·체코·6위)를 꺾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여자 테니스에 오사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지만 이후 우승은커녕 결승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믿음을 잃어버린 상황. 오사카는 지난달 열린 프랑스 오픈 때도 3회전에서 탈락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호주 오픈 우승 뒤 샤샤 바인(35) 코치와 결별한 게 성적이 떨어진 이유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오사카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나이 때문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내 나이를 탓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글로벌 슈퍼스타'라는 명성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이 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만하면 안 될까요? 금방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하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습니다.



어쩌면 오사카는 그냥 '하드 코트 스페셜리스트'인지 모릅니다. 오사카는 이날까지 하드 코트에서 승률 .625(135승 18패)를 기록한 반면 잔디 코트에서는 .563(18승 14패)가 전부였습니다. 클레이 코트 통산 성적은 .617(50승 31패)로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올해 성적(9승 2패)을 빼면 .577로 내려갑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오사카가 회복 불가능한 심리 상태인 것처럼 보여도 하드 코트 시즌이 되면 달라질지 모릅니다.




한편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언니 윌리엄스가 코리 가우프(15·미국·313위·사진)에 0-2(4-6, 4-6)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윔블던에서 총 다섯 번(2000, 2001, 2005, 2007, 2008) 우승했는데 그 중 첫 두 번은 가우프가 태어나기도 전입니다.


2004년 3월 13일생인 가우프는 생애 첫 메이저 본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농 1991년 대회 때 만 14세였던 제니퍼 캐프리아티(43·미국) 이후 윔블던에서 승리를 거둔 제일 어린 선수가 됐습니다. 



예선 통과 후 윌리엄스 자매를 '우상'으로 꼽았던 가우프는 "경기에서 이긴 뒤 울어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비너스가 '축하한다. 앞으로 잘하라(congratulations and to keep going)'고 축하해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너스가 없었다면 나도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는 나에게 아주 많은 영감을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윌리엄스 자매를 아버지 리처드 씨(77)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운 것처럼 가우프 역시 역시 아버지 코리 씨가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Corey, 딸은 Cori) 코리 씨는 조지아주립대에서 포인트가드로 뛰었던 농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캔디 씨는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가우프는 "아버지는 내가 8살 때 '넌 언젠가 세계 최고 선수가 될 거야'라고 말해주셨다. 사실 그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만약 '비너스를 상대로 몇 게임이나 따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코트에 들어섰다면 오늘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내 목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고, 꿈은 이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믿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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