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역 메이저리거 가운데 홈런을 제일 많이 친 선수는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소속 앨버트 푸홀스(39)입니다. 푸홀스는 7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통산 홈런 646개를 기록 중입니다.


그렇다면 현역 마이너리거 가운데 최다 홈런 기록자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 맨 위 있는 사진에는 성(姓)은 나오지만 이름은 나오지 않았으니 모두 알려드리면 - 코리 데커(32)였습니다.


데커는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샌디에이고로부터 22라운드 지명을 받았습니다. 전체 1순위를 받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워싱턴)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서 이미 653명을 지명한 다음이었습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데뷔도 늦었습니다. 그가 처음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선 건 지명일로부터 2288일이 지난 2015년 9월 14일이었습니다. 그해 10월 4일까지 데커는 메이저리그에서 8경기를 소화했지만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더 쇼'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콜로라도 - 캔자스시티 - 보스턴 - 뉴욕 메츠 - 애리조나로 팀을 옮겼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이너리그 13개 팀에서 총 1032 경기에 나서 홈런 203개를 때려내면서 현역 마이너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습니다. 사실 이런 기록 보유자가 된다는 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확률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 데커는 5일 안방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현재 소속팀 리노(애리조나 산하 AAA팀)에 전했습니다.


데커가 마이너리그에서 1033번째로 치른 이 경기에서 리노는 샌프란시스코 산하 AAA팀 새크라멘토 난타전을 벌였고, 결국 리노는 8-9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4번 타자 야스마니 토마스(29)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다음 타자 트래비스 스나이더(31)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1사 1루.


이 상황에서 6번 타자 데커가 마이너리그 통산 3842번째이자 생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을 날렸습니다.



데커는 '타호 온 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영화를 쓴다면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쓰고 싶었다"며 "이런 기회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특별한 밤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프시즌에는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 데커는 은퇴 후 아내 제니퍼 씨와 함께 라디오 진행자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제니퍼 씨가 남긴 이 트위트에 '팀 이스라엘(Team Isreal)'이 등장한 건 데커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스라엘 대표로 참가했기 때문. 그러니까 데커는 당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저도 그때 현장에 있었는데… 그때도 이미 데커는 현역 마이너리그 최다 홈런 기록자였는데… 취재를 덜 하는 바람에 '당신의 247번째 홈런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을 기회를 놓쳤으니 말입니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인생일까요? 메이저리그에서 그저 그런 백업 선수로 버티는 것과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도 모르는 역대 최다 홈런왕이 되는 것.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 대부분 그렇게 2류로 늙어간다는 건 슬픈 진실입니다. 게다가 성공은 역시 운칠기삼. "누군가 평생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낼 때 다른 누군가는 일주일에 하나 씩 터진 바가지 안타 때문에 양키스타디움에 선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어쩌면 그게 인생의 진면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가슴에 품고 있는 247번째 홈런은 무엇인가요?


그리하여 한번 더 여쭙습니다. 여러분의 247번째 홈런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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