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드와이트 하워드(34·사진)는 지난해 7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입단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거친 미국프로농구(NBA) 팀 애칭을 가지고 이런 농담을 남겼습니다.


I learned Magic for eight years. Traveled to La-La Land. Learned how to work with Rockets. I went and learned to fly with some Hawks. Got stung by the Hornets — just a joke. But through all of that, it’s taught me how to be a Wizard


문제는 '입담'만큼 건강은 좋지 못했다는 것. 하워드는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 탓에 2018~2019 시즌 워싱턴에서 9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6일 멤피스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그렇다고 하워드가 회색곰(Grizzly Bear)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못 돌아오는 초짜 마법사 신세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라라랜드(La-La Land)로 여행을 떠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선지도 7년 전 그가 몸았던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입니다.


25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워드는 바이아웃(buyout) 절차를 통해 구단을 떠나기로 멤피스 구단과 합의를 마쳤습니다. 웨이버 공시 등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게 되면 하워드는 레이커스와 '논개런티(non-guaranteed) 계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원래 NBA 선수는 구단과 기본적으로 '개런티(guaranteed) 계약'을 맺습니다. 팀에서 방출을 당하는 경우에도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연봉을 보장받는 조건입니다. 이런 계약에 묶여 양 쪽 모두가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금액 중 일부를 주고 받는 조건으로 결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게 이게 바로 바이아웃입니다. 논개런티 계약을 맺은 선수는 팀에서 남은 연봉을 주지 않고도 방출할 수 있습니다.


레이커스는 올해 에어컨 리그 때 골든스테이트에서 뛰던 드마커스 커즌스(29)를 영입하면서 골밑 전력을 보강했습니다. 그러나 1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습 경기를 소화하던 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레이커스는 하워드와 마리스 스페이츠(32), 아킴 노아(34) 등을 불러 워크아웃을 진행했고, 노아와 하워드를 저울질할 끝에 결국 하워드를 선택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하워드가 구단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허리 수술에서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몸무게를 25파운드(11.3㎏) 줄였다는 사실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2004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올랜도에 입단한 하워드는 4각 트레이드를 통해 2012년 8월 10일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012~2013 시즌에도 하워드는 허리 부상을 안고 뛰었지만 76경기에 나서 경기당 평균 17.1점, 12.4리바운드, 2.4블로킹을 기록하면서 자기 몫을 다했습니다. 12.4리바운드는 리그 전체 1위 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그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에 4전 전패로 물러났고, 팀 간판이던 코비 브라이언트(41)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브라이언트는 2015년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하워드는 챔피언의 조건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조건을 얻은 그는 레이커스를 떠나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게 됐고 레이커스 안방 스테이플스센터를 찾을 때마다 관중석에서 나오는 야유를 들어야 했습니다. 하워드는 지난달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자존심 같은 건 다 버렸다. 자존심을 버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지만, 레이커스는 논개런티 계약을 통해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고 경고를 보냈습니다.



하워드는 올스타와 올 NBA 팀에 각각 여덟 번 뽑힌 선수. 올해의 수비 선수상도 세 번 탔고, 리바운드 1위는 다섯 번, 블록슛 1위는 두 번 차지한 슈퍼스타 출신입니다. 2008~2009 시즌에는 올랜도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기도 했습니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몸 상태가 전성기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림 프로텍터와 리바운더로서는 이만한 자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또 하워드가 센터 자리를 지키게 되면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26) 역시 자신이 선호하는 파워포워드 자리를 더 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레이커스 역시 17번째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이 두 번째 만남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요? 레이커스는 레너드-조지 콤비가 이끄는 클리퍼스를 물리치고 다시 스테이플스센터 진짜 주인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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