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너 178㎝라면서 왜 이렇게 커?"


"전 진짜 178㎝거든요."


엘리베이터에서 나란히 서게 된 한 후배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실제 키가 178㎝인 남자는 '키가 얼마냐'는 질문에 180㎝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한 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짤방. 인터넷 캡처


그러면 키 큰 이들이 득시글대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어떨까요?


NBA에서는 키를 줄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케빈 듀랜트(31·브루클린)가 대표 케이스. 많은 매체에서 듀랜트를 6피트9인치(약 206㎝)라고 소개합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 케빈 듀랜트 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6피트11인치(약 211㎝)인 드마커스 커즌스(29)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보면 듀랜트가 커즌스보다 작다고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 대표팀 멤버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해 나란히 선 당시 드마커스 커즌스(왼쪽)와 케빈 듀랜트.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뉴스1


듀랜드토 자신이 키를 줄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듀랜트는 2016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이야기할 때 내 키는 7피트(약 213㎝)다. 하지만 농구계에서는 6피트9인치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10인치가 아니라 12인치가 1피트입니다.)


듀랜트는 왜 키를 줄인 걸까요?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나는 6피트9인치 스몰 포워드라고 말하는 게 쿨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 키가 딱 이상적인 스몰 포워드 사이즈다. 이보다 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 그 정도면 파워 포워드를 봐야겠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케빈 가넷(왼쪽·공식 키 211㎝) 확실히 샤킬 오닐(216㎝)보다 작다? 동아일보DB


공식 신장이 6피트11인치(약 211㎝)인 케빈 가넷(43) 역시 키를 줄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센터를 봐야 하는 키인데 파워 포워드 기준에 맞췄다는 겁니다. 미네소타 감독을 맡은 첫 해 고졸이던 가넷을 1라운드에 지명했던 플립 손더스(1955~2015)는 생전에 "가넷은 6피트13인치(약 216㎝)"라고 농담하곤 했습니다.


물론 거꾸로 키를 늘이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함께 뛰던 케빈 듀랜트, 드레이먼드 그린, 숀 리빙스턴(왼쪽부터). 동아일보DB


이번에는 지난 시즌까지 듀랜트와 골든스테이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드레이먼드 그린(29)이 대표 케이스입니다. 그린은 6피트7인치(약 201㎝)로 나와 있는 일이 많은데 실제로는 이보다 2, 3인치 작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올해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뉴올리언스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자이언 윌리엄슨(19)도 공식 신장인 6피트7인치(약 201㎝)가 안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지 적지 않습니다.


이쪽은 사실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키가 커야 진학이나 프로 팀 입단에 유리할 테니까요.


공식 키가 6피트6인치로 똑같았던 마이클 조던(가운데)과 찰스 바클리. 사진 왼쪽에 보이는 스카티 피펜도 원래 이름은 'Scottie'가 아니라 'Scotty'. 동아일보DB


현역 시절 공식 신장 6피트6인치(약 198㎝)였던 찰스 바클리(56)는 2008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원래 키를 재면 6피트4¾인치(약 195㎝)나 6피트5인치(약 196㎝)나 정도가 나왔다. 그러나 대학에 갈 때부터 6피트6인치가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실제 키를 유추하는 재미(?)가 사라질 전망입니다. NBA 사무국에서 각 구단에 트레인이 기간 동안 선수들 실제 키를 측정해 제출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신발을 신지 않고 잰 키(소위 맨발신장)를 내야 합니다. NBA는 드래프트 참가 선수 신체검사 과정에서 키를 두 번 잽니다. 한번은 신발을 벗고 재고 또 한 번은 신발을 신고 잽니다. 선수 프로필에 나오는 키는 신발을 신고 잰 키 그러니까 소위 착화(着靴)신장일 때가 많습니다.


NBA 사무국은 이와 함께 각 구단에 정확한 선수들 생년월일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생일을 맞은 버디 힐드(27·새크라멘토)가 공식 프로필처럼 1993년생이 아니라 1992년생이라는 사실을 (엉겹결에) 털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사실 운동선수 나이는 원래 고무줄 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나라 청소년 대표팀에는 참가 가능 연령보다 실제로는 나이가 많은 선수가 즐비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앞으로 10년은 더 코치 생활이 가능하다는 훌리오 프랑코 코치. SPOTV 화면 캡처 


거꾸로 나이가 많아서 진학 또는 입단에 손해를 볼까 봐 나이를 줄이는 일도 흔합니다. 예컨대 올해 프로야구 롯데 타격코치를 맡았던 훌리오 프랑코(61)는 공식 프로필상 1958년생이지만, 그래서 2007년 그가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현역 생활을 보낼 때 한국 나이로 쉰 살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증언이 차고 넘치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선수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면 리그가 더 재미있어 질까요? 모든 걸 다 밝히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가넷 키가 정말 얼마인지는 진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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