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작전시간 중 한국전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웃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었을 겁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샐러리캡 규정을 지키지 않아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샐러리캡은 흔히 '연봉 상한제'라고 설명하고 '샐러리캡을 지키지 않았다'는 건 보통 이 상한액보다 돈을 더 쓴 상황을 나타내는 문장입니다.


한국전력은 반대. 연봉을 기준보다 적게 써서 문제입니다.


2019~2020 시즌 남자부 샐러리캡은 26억 원이고 최소 소진율은 70%입니다. 그러니까 남자부 7개 구단은 18억2000만~26억 원 사이로 이번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27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전력 선수단 연봉을 다 합쳐도 14억9500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샐러리캡을 57.5%밖에 채우지 못한 겁니다.


KOVO 상벌규정 6⑤에는 최소 소진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부족 금액 100%를 제재금으로 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18억2000만 원에서 14억9500만 원을 뺀 3억2500만 원을 KOVO에 납부해야 합니다.


OK저축은행을 상대로 공격중인 한국전력 서재덕(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한국전력에서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한 제일 큰 이유는 연봉 5억 원을 받는 서재덕(30)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러 팀을 떠났기 때문.


KOVO 선수등록규정 제10조③은 "병역의무중인 선수에게는 구단이 자율로 소정의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이는 샐러리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같은 규정 5조는 △6월 30일 △신인 지명회의 실시 15일 이후 △3라운드 종료일(트레이드 마감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선수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날은 샐러리캡 준수 여부 확인일이기도 합니다.


서재덕은 9월 6일부터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차 점검 때는 최소 소진율을 지켰지만 그다음부터 문제가 된 겁니다.


KOVO 관계자는 "한국전력에서 최소 소진율을 지키지 어렵다는 뜻을 이전부터 전해왔다"면서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때 제재금을 부과하지 못한 건 연맹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KOVO에 '최소 소진율을 지키려고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 연봉을 일부러 올려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한국전력 의왕체육관 모습. KBC(광주방송) 화면 캡처


솔직하게 말하면 샐러리캡 최소 소진 기준이 있는 것부터 공기업 팀 = 한국전력에서 투자에 너무 인색할지 몰라 이를 방지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 공기업 팀은 사기업 팀 팀보다 지원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선수 사이에서 기피 구단이 되고, 그렇다 보니 연봉을 많이 주고 싶어도 그럴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이럴 때는 '화끈한 오버 페이'가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공기업 팀은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국전력에서 마련한 6억 원은 현대캐피탈에서 제시한 5억2000만 원보다 적은 돈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한국전력이 다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전력은 장병철 감독에게 올 시즌부터 지휘봉을 맡기고도 전력 보강보다 선수단 정리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에서 한국도로공사로 옮긴 박정아(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역시 공기업 팀이지만 한국전력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2014~2015 시즌부터 별도 법인을 만들어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 그 덕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 손' 노릇을 하는 등 나머지 5개 팀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살림살이를 자랑합니다.


여자부에서는 오히려 사기업이 된 지 2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회사 이름에 '공사(公社)'라는 표현을 쓰는 KGC인삼공사가 문제. 그래도 KGC인삼공사 역시 최소 소진율은 지켰습니다. KOVO 관계자는 "여자부에는 최소 소진율 때문에 문제가 되는 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최소 소진율도 못 지키는 한국전력에게 2연패를 당한 (아마도) 최고 연봉팀은 도대체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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