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 조재성과 송명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OK저축은행 송명근(26)과 조재성(24)이 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29일 안방 경기에서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팀 '토종' 선수 동반 트리플 크라운(블로킹 서브 후위공격 각 31개 이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래도 2-3 패배를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1라운드 때 승점 14점으로 선두를 기록했던 OK저축은행은 2라운드서 승점 7점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레오(25·크로아티아)가 빠진 공백을 두 선수가 채우려면 주전 세터 이민규(27)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민규마저 무릎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두번째 세터 곽명우(28) 역시 손목과 손가락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잘 버티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22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홍석(31)은 보완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레오는 많이 호전됐다. 마지막까지 몸 상태를 잘 체크해서 복귀시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배구 2019~2020 V리그 남자부 신인왕 1순위로 떠오른 한국전력 구본승. 한국배구연맹(KOVO)제공


• 상대팀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이 경기 히어로는 신인 구본승(22) 그리고 최홍석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장준호(29). 구본승은 이날 외국인 선수 가빈(33·캐나다·35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점을 올렸고 장준호는 양팀 최다인 6블로킹을 기록하면서 7점을 보탰습니다.


구본승은 2라운드 여섯 경기서 팀 공격 시도 가운데 17%를 책임지면서 총 64점(경기당 평균 10.7점)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전체 공격 성공률도 52.1%로 나쁘지 않은 상태. 현재 신인왕 경쟁에서 제일 앞서 있는 선수가 구본승이라고 해도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고 다른 팀에서 경기에 많이 나가지 않던 선수가 와서 뛰다 보니 불안해 하고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 갈수록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이제 주전 라인업을 어느 정도 굳힐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감독인 내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우리카드 황경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한국전력은 2라운드에 승점 9점을 더하면서 1라운드(4점)보다 5점을 더 얻었습니다. 이어서 우리카드가 1라운드 때 10점이던 승점을 2라운드 때 14점까지 늘렸습니다. 우리카드를 상승세로 이끈 원동력은 막강 화력. 외국인 선수 펠리페(31·브라질)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우리카드는 공격 효율 .406(1위)으로 2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우리카드에서는 물론 나경복(25)도 잘했지만 황경민(23)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경민은 2라운드 때 상대 서브 가운데 35.7%를 받아내면서 리시브 성공률 50%를 기록했습니다. 또 공격 시도 가운데 22%를 책임지면서 공격 효율 .472를 찍었습니다.


우리카드에 남은 과제는 펠리페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 하는 것. 코트에서 보여줘야 할 실력도 실력이지만 라커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올 시즌 우리카드 마지막 결제액이 달라질 확률이 높습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한선수를 대신해 대한항공 공격을 조율하는 유광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대한항공은 유광우(34)를 이번 오프시즌에 영입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주전 세터 한선수(34)가 손가락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유광우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대한항공은 7연승 고공비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유광우가 주전으로 나선 최근 세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공격 효율 .504로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습니다. 공격 성공률은 66.5%. 그 전까지는 공격 효율 .356, 공격 성공률 51.9%였습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유광우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도 정신력으로 버텨주고 있다. (후배 선수가) 본받아야 할 지점이다. 나도 많이 배운다"면서 "몸이 아프니까 (오히려) 가장 효율적으로 배구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물론 대한항공 연승 행진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서 현대캐피탈에 0-3 완패를 당하면서 끝났습니다. 그러면서 1위 자리도 우리카드에 내주고 말았지만 한선수가 빠진 상태였기에 나쁜 성적표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르는 다우디(가운데). 현대캐피탈 제공


• "2라운드 전에는 새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면 좋겠다"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바람은 일단 현실이 됐습니다. 현재까지 새 외국인 선수 다우디(24·우간다)에게는 일단 합격점을 주는 게 맞을 겁니다. 다우디는 2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에서 47점(공격성공률 56.3%)을 올렸습니다.


그렇다고 다우디가 '특급 도우미'가 될 것이냐? 그건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우디 영입 소식을 전할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서브가 불안정하기 때문. 전 삼성화재 타이스(28·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V리그에서 서브 없는 외국인 선수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과 리턴 매치를 벌이는 3라운드 첫 경기가 다우디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 감독은 아직은 여유 있는 표정. 그는 "다우디가 분석을 한다고 (블로킹에) 많이 걸릴 타점은 아니다"면서 "기본기를 많이 배우지 못해 그 부분만 다듬으면 더 성장할 것이다. 체력적인 부분도 세심하게 관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에는 코트로 돌아와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있습니다. 왼쪽 발목 부상으로 3주간 뛰지 못한 '캡틴' 문성민(33). 최 감독은 "발목은 회복이 거의 됐는데 전부터 좋지 않았던 왼쪽 무릎에 부담이 간 것 같다. 3라운드 초반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점점 팀에서 기대하던 모습을 보여주는 삼성화재 산탄젤로.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삼성화재 역시 외국인 선수 산탄젤로(25·이탈리아)가 살아나면서 조금 더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산탄젤로가 코트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박철우(34)가 숨을 돌릴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는 뜻. 1라운드 때는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43.1%가 박철우 손끝에서 나왔지만 2라운드 때는 23%로 줄었습니다. 산탄젤로는 2라운드 때 공격 점유율 21.6%를 기록했습니다.


2라운드서 40점을 보탠 신인 정성규(21·레프트)도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정성규의 장점은 서브. 정성규는 1, 2라운드를 통틀어 총 51득점을 기록했는데 그 중 15점(29.4%)을 서브로 뽑았습니다. 서브 15득점은 팀내 1위 기록이기도 합니다. 정성규는 "솔직히 (신인왕) 욕심이 난다"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라운드 때 공격 성공률 38.5%에 그쳤던 송희채(27)도 2라운드 때는 이 기록을 44.2%까지 끌어올리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단,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36%에서 32%로 내려간 상황. 송희채는 오프 시즌 팔꿈치를 다친 데다 폐렴 수술까지 받아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시즌 개막을 맞았습니다. 3라운드 때는 조금 더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구단에 사의를 표했다는 '루머'가 들린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KB손해보험은 문자 그대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현재 11연패 중이며 16일 안산 경기에서 OK저축은행에 2-3으로 패하면서 2라운드에서 유일한 승점 1점을 더했을 뿐입니다. 이번 V리그에서 KB손해모험이 승리를 기록한 건 시즌 첫 경기였던 10월 15일 안방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2로 물리친 게 마지막입니다.


물론 KB손해보험이 단 1승으로 시즌을 끝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연패를 끊고 나면 각종 미담 기사가 쏟아지겠죠.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 사의를 표했던 권순찬 감독과 시즌 끝까지 버텨보면 뭐가 달라질까요?


팀 이름을 바꾸기 전부터 따져도 KB손해보험이 마지막으로 '봄 배구'에 진출했던 건 LIG손해보험 시절인 2010~2011 시즌이 마지막입니다. 당시에도 15승 15패로 딱 승률 5할을 맞추면서 4위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차지했을 뿐입니다. 과연 다음 시즌 이 팀 지휘봉은 누가 잡게 될까요? 여전히 권 감독? 아니면?



• 각 팀 1, 2라운드 승점 변화를 슬로프 차트로 그리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2라운드가 끝났다는 건 시즌 3분의 1이 흘러갔다는 뜻이고 3라운드가 끝나면 시즌이 반화점을 돌게 됩니다. 3라운드는 크리스마스 때 끝이 납니다. 과연 어떤 팀 팬이 제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될까요? 그럼 크리스마스 때 다시 만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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