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일본 프로야구 한신 입단을 눈 앞에 둔 샌즈. 동아일보DB


기분이 좀 묘합니다.


프로야구 키움을 떠나게 된 외국인 타자 샌즈(32)가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 유니폼을 입을 모양인가 봅니다.


니칸(日刊)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한신과 샌즈를 영입하려고 움직이고 있으며 계약이 임박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기분이 묘하다고 쓴 건 두 팀이 각각 제가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응원하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외국인 선수가 응원팀에서 응원팀으로 옮기게 된 것.


2019년 한신 팀 내 최다 홈런 1위를 기록한 오야마 유스케.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한신 팬 관점에서 보자면 샌즈를 영입한 건 일단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타선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올해 한신은 팀 OPS(출루율+장타력)은 .681로 센트럴리그 6개 팀 가운데 제일 나쁜 성적을 남겼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 전체에서는 11위. 오릭스(.662) 딱 한 팀만 한신보다 팀 OPS가 낮았습니다.


'한신의 미래' 오야마 유스케(大山悠輔·25)가 이번 시즌 14홈런으로 팀 내 1위였으니 타선이 어떤 수준이었은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오야마에 이어 외국인 타자 제프리 마르테(28)가 12홈런으로 팀 내 2위였고, 백전노장 후쿠도메 고스케(福留孝介·42)도 1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한신에서 홈런이 제일 많았던 이 세 명 기록을 전부 합쳐야 올해 센트럴리그 신인왕 무라카미 무네타카(村上宗隆·19) 혼자 때려낸 홈런 숫자(36개)와 균형을 맞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키움에서 1년 반 동안 .306/.391/.574, 40홈런, 150타점을 남긴 샌즈가 합류한다면 천군만마(千軍萬馬)까지는 아니더라도 백군천마(百軍千馬) 정도는 얻은 기분이 들지 모릅니다.


2016년 한신에서 .255/.325/.428을 남긴 마우로 고메스. 아사히신문 제공


문제는 최근 한신이 외국인 타자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


한신에서 20홈런을 넘긴 외국인 타자가 나온 건 2016년이 마지막입니다. 당시 마우로 고메스(35)가 센트럴리그 공동 9위에 해당하는 22홈런을 날렸습니다. (2017년 삼성에 입단하려다 메디컬테스트를 거부해 협상을 중단했던 그 고메스 맞습니다.)


이후 3년간 한신에서 외국인 타자가 남긴 기록은 .256/.330/.396이 전부입니다. 이들은 홈런을 총 33개 때렸으니까 1년에 평균 11개가 전부였고, 3년간 총 타점도 153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한화에서 2년간 .330/.390/.625를 기록했던 로사리오(30)가 지난해 한신에서 .242/.285/.396에 그친 걸 보면 확실히 한국에서 통한다고 일본에서 통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또 한국 출신 타자를 선택한 걸 보면 '샌즈는 다르다'고 파악한 점이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믿어야지요.)


타점 1위를 차지하면서 2019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샌즈. 키움 제공


키움 팬 관점에서는 좀 괘씸합니다.


어차피 한신이 뛰어 들었다면 '총알' 싸움에서 키움이 이기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키움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금액을 서로 주고 받는 일이다. 그런데 샌즈 쪽에서는 얼마를 원한다는 건지 아예 말이 없었다. 그저 우리가 제시한 최종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기에 테이블을 접게 된 것"이라며 "원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최종안을 보고도 일언반구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키움 최종 제시안이 얼마였든 한신에서는 그보다 더 준다고 했을 테니 금액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시 한신 팬 모드로 돌아가 기왕 합류했으니 랜디 바스(65) 같은 활약을 선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롯~코~ 오~로시니 삿소~토 히어로즈 기를 높여라!


20일 결국 한신 홈페이지를 통해 '옷피셜'이 떴습니다.



계약 기간은 1년이며 (추정) 연봉은 1억2100만 엔(약 12억8445만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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