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최대 스포츠 전문 방송사인 ESPN은 2020 KBO 리그의 미국 내 TV 중계 권리를 확보하고, 내일 대구에서 열리는 삼성와 NC의 경기를 시작으로 매일 KBO 리그 1경기를 미국 전역에 TV 생중계할 예정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4일 내놓은 '2020 KBO 리그 미국, 일본 등 해외 중계 서비스 실시' 보도자료 가운데 일부입니다.


살다 보니 미국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날이 옵니다.


중계권 계약 발표 후 미국 언론에서도 한국 프로야구를 알리는 기사가 적잖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이 간 기사는 (무려) '베이스볼 아메리카'(BA)에서 선정한 '한국 프로야구 유망주 톱 10'이었습니다.


여기서 '유망주'는 당연히 메이저리그 (진출) 유망주를 뜻합니다.


BA는 "이 랭킹은 장래 메이저리그 진출 확률을 평가한 순위일 뿐 현재 한국 프로야구 선수 순위를 매긴 게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이유로 양의지(33·NC), 박병호(34·키움) 같은 베테랑 선수는 리스트에서 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래는 BA 기사 본문을 (의역을 섞어) 번역한 것.



#10 조상우
26 / 오른손 투수 / 키움


조상우는 지난해 키움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으면서 한 걸음 더 발전한 모습을 선보였다. 구위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속구는 보통 스피드건에 시속 95, 96마일을 찍으며 이보다 더 빠른 공도 던진다. 예전에는 빠른 공 하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제는 스카우트 사이에서 스플리터가 좋아졌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브레이킹 볼도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줄 안다. 예전에는 그저 공을 빠르게 던질 줄만 아는 선수였다면 이제는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로 성장해 간다는 의미다. 조상우는 한국에서 줄곧 구원 투수로 뛰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역시 구원 투수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9 원태인
20 / 오른손 투수 / 삼성


지난해 19살 나이에 선발 투수로 데뷔했다. 10대 선발 투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드문 존재다. 나이 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발 로테이션에서 살아 남아 4승 8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경기 중에 구사하는 네 가지 구종 모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능력은 일단 평균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구속(球速)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시속 90마일 초반대 속구를 던지는데 상체 힘을 키우면 더 빠른 공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커브는 평균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슬라이더도 쓸 만하다는 평가가 들린다. 현재로서 체인지업은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8 구창모
23 / 왼손 투수 / NC


구창모는 여러 면에서 어린 양현종(32)이라고 할 수 있다. 구창모는 지난해 NC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면서 삼진 114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41개를 허용했다. 구위 자체는 평범한 편이지만 네 가지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상대를 맞혀 잡는 타입이다. 앞으로 근력을 키우면 조금 보다 더 강한 공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구석구석을 찌르는 능력이 양현종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더 날카로운 제구력도 갖출 수 있다.



#7 최원태
23 / 오른손 투수 / 키움


스물세 살 오른손 투수로 제구력은 평균 이상이고 구위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최원태는 지난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면서 삼진 105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41개를 내줬다. 최원태는 단단한 하체를 자랑하며 투구 동작에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그 덕에 네 가지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질 줄 안다. 빠른 공은 최고 95마일 정도이고 평균 91, 92마일 수준을 유지한다. 체인지업은 이미 수준급이라고 평가가 들린다 . 슬라이더는 평균적인 수준이며 이른 카운트 때는 커브볼로 스트라이크도 잡을 줄 안다. 볼 배합을 다양하게 할 줄 아는 영리한 투수로 나이에 비해 마운드에서 성숙한 모습을 자랑한다. 앞으로 구속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며 그렇게 되면 헛스윙 유도 비율도 올라갈 것이다.



#6 박민우
27 / 2루수 / NC


박민우는 수준급 타격을 선보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미들 인필더(2루수 또는 유격수)다. 올해 스물일곱 살인 박민우는 지난해 NC 유니폼을 입고 .344/.403/.434를 쳤다. 박민우는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삼진(40개)보다 볼넷(41개)이 더 많았으며 주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단, 파워가 떨어지고 송구 능력도 평균 이하라 현실적으루 수비에서는 2루수가 한계다. 박민우는 스카우트 사이에서 스피드와 콘택트 능력을 갖춘 2루수 & 좌익수 유틸리티 플레이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 나성범
31 / 외야수 / NC


나성범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유망주다. 무릎 부상으로 23경기 만에 지난 시즌을 접기 전까지는 5년 연속으로 홈런을 20개 이상 때려낸 타자다. 나성범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바탕으로 공을 당겨 쳐 장타를 만들 줄 알고 몸쪽 공 대처 능력도 뛰어나다. 빠른 공을 잘 때리지만 브레이킹 볼과 오프스피드 피치에는 모두 약점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헛스윙이 너무 많아서 메이저리그에서는 타격 실력이 평균 이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들린다. 대신 왼손 파워 히터에 어깨도 좋기 때문에 후보 선수나 플래툰 자원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수비에서는 보통 우익수를 본다.



#4 양현종
32 / 왼손 투수 / KIA


양현종은 수상 경력에 있어서는 여느 선수에 뒤지지 않는 투수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서른 두 살인 그는 지난해 평균자책점(2.29)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이 2020 도쿄(東京)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는 데 앞장섰으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구력이 좋은 왼손 투수로 구종 네 개를 잘 섞어 던진다. 빠른 공은 평균 시속 89, 90마일 정도이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모두 제구력이 좋은 편이다. 볼넷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며 마운드 위에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다. 구위와 아주 빼어난 편은 아니지만 제구력과 볼 배합을 무기로 4, 5선발 자리 정도는 꿰찰 수 있다. 전체적으로 토미 밀론(33)과 비슷한 타입이다.



#3 강백호
21 / 1루수 or 외야수 / KT


강백호가 대단한 잠재력을 갖춘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강백호는 2018년 한국 프로야구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갈아치웠으며 만 열아홉 살이던 지난해에는 홈런 13개를 치면서 .336/.416/.495를 쳤다. 강백호는 평균을 웃도는 컨택트 능력과 준수한 파워를 동시에 갖춘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스무 살로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대만큼 성장한다면 강백호는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는 왼손 파워 히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수비에서는 아직 고정 포지션이 없는 상황이다. 원래 우익수로 뛰던 강백호는 올해부터 1루수로 뛰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투수로 90마일짜리 빠른 공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니도류(二刀流)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소속팀 KT에서는 강백호를 엄격하게 야수로만 활용하고 있다.



#2 이정후
22 / 외야수 / 키움


이정후는 폭발적인 스윙을 자랑하는 스물 두 살 외야수다. 이정후는 고교 졸업 후 퓨처스리그(2군)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 신인 최다 안타 기록(179개)을 갈아치우면서 신인상을 탔다. 이정후는 데뷔 3년 차였던 지난해에는 .336/.386/.456을 기록했다. 방망이 컨트롤이 아주 좋고 스크라이크 존을 지킬 줄도 안다. 주루 능력도 빼어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이정후가 1번 또는 2번 타순에 포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해에는 홈런을 여섯 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몸을 조금 더 불리면 10~15홈런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수비에서는 코너 외야수 정도가 한계다. 키움에서는 주로 우익수로 출전하는데 어깨는 평균 수준이다. 아버지인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뛰었다.



#1 김하성
25 / 유격수 / 키움


김하성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확률이 높으며 상당한 관심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스물 네 살인 유격수로 지난해 .307/.389/.491을 기록했다. 홈런 19개를 치면서 104타점을 올렸으며 도루를 37번 시도해 그 중 33번(89.2%) 성공시켰다.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순발력도 좋기 때문에 내야 왼쪽(유격수 또는 3루수)을 지키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송구 능력도 평균 이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보다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유지할 확률이 높으며 12~15 홈런 정도는 충분히 때릴 수 있다. 미국 무대에서 적응기를 거쳐야 하겠지만 결국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지는 빠른 공도 때려낼 것이다. 주루에서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며 공수주 모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일 수 있는 자원이다. 오늘 당장 미국 무대로 건너 와도 전미 톱100 유망주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키움 팬 한 사람으로서 유망주 10명 가운데 4명이 키움 선수인 걸 기뻐해야 하는지 아닌지 알쏭달쏭합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있는 쪽이 훨씬 낫겠죠?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