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을 알리는 13일 대전구장 전광판. 대전=뉴스1


역시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이 걸렸을 때는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게임이라는 '양념'이 꼭 필요한가 봅니다.


한화는 12일 대전 안방 경기서도 2-5로 무릎을 꿇으면서 최근 18경기에서 내리 패했습니다.


그러면서 1985년 삼미가 보유하고 있던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13일 같은 매치업에서도 패하면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써야 하던 상황.


이날도 한화는 두산에 3-4로 뒤진 채 3회말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심판진은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습니다.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하는 13일 대전 경기 박기택 구심. 대전=뉴스1


예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는 '노 게임' 선언이 나오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5회 이전에 우천 등으로 경기 진행을 중단했을 때도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하기로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을 미루면서 촉박한 일정과 싸워야 하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1982년 개막전부터 이날까지 프로야구는 총 3만8861 경기를 치렀는데 그 가운데 서스펜디드 선언이 나온 건 여덟 번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프로야구 역대 서스펜디드 게임(13일 현재)
 중단일  매치업  구장  이닝  재개일  재개 구장  승리팀
 1992-08-05  MBC-해태  광주  9  08-18  동대문  MBC 8-7
 1993-07-16  쌍방울-빙그레  청주  6  07-18  청주  빙그레 12-11
 1998-06-24  한화-해태  광주  6  08-19  무등  한화 4-2
 1999-06-21  LG-현대  인천  7  08-21  수원  LG 10-3
 1999-10-06  LG-쌍방울  전주  1  10-08  전주  쌍방울 7-5
 2011-04-16  두산-삼성  대구  8  04-17  대구  두산 3-2
 2014-08-05  NC-롯데  사직  5  08-06  사직  NC 3-1
 2020-06-13  두산-한화  대전  3  06-14(예정)  대전  ?


이 가운데 최다 연패 기록과 관련이 있는 건 1999년 10월 6일 경기입니다.


전날까지 18경기에서 1무 17패를 다하고 있던 쌍방울은 이날 LG와 더블헤더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1차전이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쌍방울은 17연패를 끊지 못했습니다.


이어 열린 2차전 때는 LG가 1회초 공격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전주구장 조명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이 나왔습니다.


쌍방울은 그다음 날(7일) 현대에 2-3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18경기에서 내리 패하게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시 언론에서는 "쌍방울은 이날 패배로 18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1985년 삼미와 함께) 팀 최다 연패 타이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쌍방울에서 주로 1번 타자를 맡아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조원우(왼쪽). 동아일보DB


6일 더블헤더 2차전을 속개(續開)한 건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8일이었습니다.


쌍방울은 이날 6회초까지 1-4로 끌려갔지만 6회말 두 점을 뽑으면서 3-4로 추격했고 8회말 4득점하며 7-4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쌍방울은 결국 7-5로 경기를 마치면서 길고 길었던 1999 시즌을 끝냈습니다.


이 승리로 이 연패 기록도 18연패에서 17연패로 하나 줄었습니다.


야구 규칙에서 누적 기록을 따질 때 "일시정지 경기의 잔여분을 치르면서 발생한 모든 기록은 … 원래의 경기일에 치러진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경기에서 이긴 건 8일이지만 6일 승리한 것으로 간주했던 겁니다.


이 경기는 사실 프로야구 역사에 쌍방울이라는 팀이 참가한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삼미도 18연패를 끊은 다음 날 청보라는 새 주인을 맞이했습니다.



물론 한화는 쌍방울이나 삼미와 달리 돈이 많아서 이 정도 연패를 했다고 팀을 팔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하룻밤에 번 돈 5분의 1만 투자하면…)


그래서 역설적으로 정말 19연패를 당하면 한화는 더욱 불명예를 안게 될 확률이 높은 상황.


과연 서스펜디드 게임이 한화를 연패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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