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3월 원맨쇼 '언디스퓨티드 트루스'(Undisputed Truth)를 진행 중인 마이크 타이슨. 애틀랜틱시티=로이터 뉴스1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이 정말 링으로 돌아옵니다.


타이슨은 9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 존스 주니어(51)와 8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간) 자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타이슨은 5월 11일 인스타그램에 복싱 훈련 동영상을 올린 뒤 이미 "내가 돌아왔다(I AM BACK)"고 선언했습니다.



그 뒤로 타이슨이 누구와 맞붙게 될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에반더 홀리필드(58)와 재대결을 벌이기를 기대했지만 결론은 버킹검 존스였습니다.  



'핵이빨' 그 후

1997년 6월 28일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타이틀 매치 경기 장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타이슨과 홀리필드는 1997년 6월 2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 특설링에서 세계복싱협회(WBA)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벌였습니다.


타이슨은 이 경기서 3라운드가 40초 남은 상황에서 홀리필드의 오른쪽 귓바퀴를 물어 뜯었습니다.


살점이 떨어져 피가 흘렀고 홀리필드는 펄쩍펄쩍 뛰면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밀스 레인 심판은 곧바로 타이슨에게 실격패를 선언하려 했지만 링 닥터는 홀리필드가 경기를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선수는 4분 후 다시 대결을 이어가게 됐는데 이번에는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왼쪽 귀마저 깨물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타이슨의 선수 자격을 정지하면서 제재금 300만 달러를 부과했습니다.


그리고 타이슨은 한국에서 '핵이빨'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듬해 10월 18일 선수 자격을 되찾은 타이슨은 2005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지만 두번 다시 전성기 시절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46위 vs 50위

88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박시헌(오른쪽)에게 판정패하고 있는 로이 존스 주니어. 동아일보DB


존스는 88 서울올림픽 라이트미들급 은메달리스트 출신입니다.


이 대회 결승전은 올림픽 복싱 역사상 최악 판정 사례로 손꼽힙니다.


'누가 봐도'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존스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심판진이 박시헌(55)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던 것.


올림픽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존스는 이후 4개 체급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존스는 1993년 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에서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얻었고 이후 1994년 IBF 슈퍼미들급, 1996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헤비급, 2003년 WBA 헤비급 정상에 섰습니다.


2003년 3월 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 헤비급 타이틀 매치 장면. 동아일보DB


프로 복싱 106년 역사상 미듭급부터 헤비급까지 4개 체급을 석권한 선수는 존스뿐입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2007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 50인'을 선정하면서 이런 업적을 인정해 존스를 46위에 올렸습니다.


그럼 역대 최연소(20년 4개월 22일) 헤비급 세계 챔피언 기록 보유자인 타이슨은 몇 위였을까요?


소제목에서 눈치채신 것처럼 50위가 정답이었습니다.



둘이 합쳐 105세

9월 12일 생애 첫 맞대결을 벌이게 된 마이크 타이슨(왼쪽)과 로이 존스 주니어


물론 이 모든 건 전성기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제 두 선수 나이를 합치면 이미 100세가 넘은 상황.


존스는 그래도 2년 전까지 링 위에 섰지만 타이슨이 마지막 경기를 치른 건 15년 전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경기력이 아니라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주최 측'도 이런 위험을 모르지 않습니다.


프로 복싱에서 미들급 이상은 10온스(283g)짜리 글러브를 끼우고 경기를 치르지만 두 선수는 이날 아마추어 복서처럼 12온스(340g) 글러브를 끼우기로 했습니다.


물론 타이슨은 여전히 자신만만합니다.


타이슨은 ESPN 인터뷰를 통해 "그저 쉰 네 살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복귀를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