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NC가 올해 사용 중인 캐치프레이즈. NC 제공

결국 NC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리그 일시 중단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긴급 이사회(사장단 모임)을 열어 13~18일 예정했던 프로야구 30경기(팀당 6경기) 일정을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KBO는 원래 1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도쿄(東京) 올림픽 휴식기를 잡아 놓은 상태라 다음달 10일이 되어야 다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게 됩니다.

 

KBO는 "1군 선수 확진 및 밀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가 NC에서 28명, 두산에서 33명) 나와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O 로고

NC는 9일 1군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으며 이튿날에도 1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프로야구 1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NC가 처음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6~8일 NC와 경기를 치른 두산 선수단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산 확진자 2명이 모두 NC 선수로부터 감염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본문과 크게 관계 없는 호텔 사진. 아고다 홈페이지

그러면 처음에 NC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유는 뭘까요?

 

경남 창원시를 연고지로 하는 NC 선수단은 5~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이 호텔 투숙객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면서 NC 선수단도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게 공식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 투숙객과 개인적으로 만난 국가대표급 NC 선수 또는 선수들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숙소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본문과 크게 상관 없는 NC 선수 사진. NC 페이스북

KBO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에 따르면 선수단은 다른 숙소 이용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사적 모임' 역시 금지 대상입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NC는 어떻게든 일정을 중단시키려 최선을 다해야만 했을 겁니다.

 

구단에서 '이 선수가 그랬다'고 발표하지 않더라도 엔트리 변동 사항만 보면 어떤 선수가 문제를 일으켰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숙소에서 실제로 외부인과 만났다고 해도 첫 적발 때는 벌금 10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국민정서법'으로 볼 때 이 선수(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간 경기가 진행 중인 창원NC파크. NC 제공

아니, 이미 일정에 영향을 준 것만으로도 비난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그래서 NC 구단 대응이 아쉽습니다. 이사회 결정 이후 NC에서도 아래 같은 사과문을 내놓기는 했습니다.

 

NC 다이노스입니다.

 

저희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KBO리그 진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모든 야구팬, KBO 회원사, 파트너사, 각 팀 선수단, 리그 사무국 관계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방역을 위해 힘쓰시는 관계 당국 관계자들께도 사과드립니다.

 

현재 저희 구단은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격리, 방역 등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체 선수단의 건강 확보, 야구장 소독 등 팬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단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한층 강화된 방역 기준에 맞춰 엄정히 대응하겠습니다. 방역당국 역학조사에서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될 경우 리그 코로나 대응 매뉴얼에 따라 구단 징계 등 후속 조치를 하겠습니다.

 

심려와 불편을 드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 사과문 발표 주체가 '구단'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확진 선수 3명 이름으로 사과문을 냈어야 합니다.

 

선수 이름을 밝히기가 부담스러웠다면 적어도 황순현 대표 명의여야 했습니다.

 

지난해 3월 26일 후지나미 신타로(藤浪晉太郞·27) 등 한신(阪神) 선수 3명이 일본 프로야구 1군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한신은 아게시오 겐지(揚鹽健治·61)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昨日、藤浪選手、長坂選手、伊藤隼太選手の3名が大阪府内の病院でPCR検査を受けました。残念ながら陽性の判定が出ましたことをご報告します。現在、感染拡大防止のために国民を上げて取り組んでいる最中、そしてプロ野球の公式戦開幕に向けて期待していただいているファンのみなさま方、関係者のみなさま方に、ご迷惑、ご心配をおかけしまして誠に申し訳ございません。

 

今後につきましては、保健所、地域アドバイザーの先生方、チームドクターのご協力を仰ぎながら、感染拡大防止に全力を尽くして参ります。重ねて、このような事態になりましたことを大変重く受け止めております。

 

어제 후지나미 선수, 나가사카 선수, 이토 하야타 선수 등 3명이 오사카(大阪) 소재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불행히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을 보고 드립니다. 감염 확대를 막으려고 온 국민이 노력하고 있는 중에 이런 결과가 나와 빠른 시일 내에 프로야구 개막을 기대하고 계신 팬 여러분, 관계자 여러분께 민폐, 걱정을 끼쳐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앞으로 보건소, 지역 어드바이저, 팀 닥터를 도움을 받아 감염 확대 방지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해 말씀드립니다.

 

불행하게도 한신에서는 이후에도 코로나19 집단 발병 사태가 벌어졌고 아게시오 사장은 결국 '사퇴 예고 선언' 후 사태를 수습한 뒤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창단 때부터 '정의 명예 존중'을 내세웠던 팀이라면 NC 역시 이 정도 책임지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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