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고개 숙인 보스턴 선수단. 휴스턴=로이터 뉴스1

보스턴의 2021년 가을이 결국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보스턴은 22일(현지시간) 휴스턴 방문 경기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사인 훔치기 챔피언 결정전(CS) 6차전에서 0-5로 완패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월드시리즈(WS) 진출권을 휴스턴에 넘겨주게 됐습니다.

 

알렉스 코라(46) 보스턴 감독은 지도자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시리즈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크리스찬 아로요(왼쪽)와 알렉스 코라 감독. 휴스턴=로이터 뉴스1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세상사를 통계를 가지고 설명하는 538.com에 따르면 보스턴은 올해 ALCS 2~5차전에서 MLB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역전을 허용한 채 6차전을 맞이했습니다.

 

보스턴은 2차전에서 9-5, 3차전에서 12-3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4차전 때는 2-9, 5차전 때는 1-9 패배를 당했습니다.

 

2, 3차전에서 +13이었던 득·실점 마진이 3, 4차전에서 -15로 바뀐 겁니다.

 

이보다 큰 점수차를 뒤집은 건 보스턴이 1999년 AL 디비전시리즈(DS) 때 1, 2차전에서 -11이었던 득·실점 마진을 3, 4차전에서 +22로 바꾼 딱 한 사례밖에 없습니다.

 

'마이 타임' 세리머니를 선보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폭스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3차전 6회초가 끝난 다음이었습니다.

 

이 경기 보스턴 선발로 나선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28)는 이닝 마지막 상대 타자였던 카를로스 코레아(27)를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습니다.

 

앞선 두 타석에서도 삼진(2회초), 유격수 뜬공(4회초)으로 코레아를 돌려세웠던 로드리게스는 팀이 9-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왼손 팔목을 가리켰습니다.

 

코레아가 즐겨(?) 선보이는 '마이 타임(my time)' 세리머니를 따라한 것.

 

'마이 타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카를로스 코레아. 휴스턴=AP 뉴시스

코레아는 두 팀이 3-3으로 맞서고 있던 1차전 7회말 결승 1점 홈런을 날린 뒤에도 이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보스턴 선수단 사이에서 이 세리머니에 대해 불만이 나온 게 당연한 일.

 

로드리게스는 이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그 세리머니를 따라했던 겁니다.

 

그런데 뭔가 불길할 기운을 느꼈는지 로드리게스에서 박수를 보내던 코라 감독은 세리머니를 목격한 뒤 '하지 말라'고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 타임' 세리머니를 제지하고 있는 알렉스 코라 감독. 폭스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이 불길한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보스턴은 로드리게스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시점까지 52이닝 동안 22-13으로 앞선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58이닝 동안에는 6-23으로 뒤지게 됐습니다.

 

그 결과 4차전 1회말에 +13까지 올라갔던 득·실점 마진이 결국 -8이 되고 말았습니다.

 

올해 보스턴은 정규시즌도 DTD로 마감했고 그 때문에 '가을 야구' 무대도 큰 기대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래도 단판 와일드카드 결정전(WC)에서 '숙적' 양키스를 물리쳤고, ALDS에서는 100승 탬파베이까지 꺾으면서 충분히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WS 무대까지 밟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올해보다 앞으로를 더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아직 내셔널리그(NL) 챔피언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쪼록 그 팀의 WS 우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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