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머니' 최지만(30·탬파베이)은 해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글렌데일 커뮤니티 칼리지(GCC)에서 예열 과정을 거칩니다.
최지만이 GCC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라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GCC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네, 미국 조직 야구(organized baseball)에서는 데뷔 후 6시즌을 '풀 타임 마이너리거'로 보낸 선수에게도 FA 자격을 줍니다.
최지만은 시애틀과 계약한 뒤 2010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2015년까지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 제도를 따라 퓨처스리그(2군) FA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KBO는 26일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번 시즌 종료 후 2군 FA 제도를 시행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에 따라 1년에 1군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해가 총 7년 이상인 선수는 2군 FA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단, 2군 FA 자격을 얻은 해에 1군 등록 일수가 145일 이상이거나 이전에 (1군) FA 계약을 맺은 적이 있는 선수는 2군 FA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각 구단은 다른 팀 2군 FA 선수를 최대 세 명까지 영입할 수 있으며 직전 시즌 연봉 100%를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2군 FA는 팀을 옮겨도 계약금을 받을 수 없고 연봉도 전년도보다 더 받을 수 없지만 대신 '소속 선수' 신분을 (유지하거나) 얻게 됩니다.
이날 이사회는 대신 (별다른 근거 없이) 2011년부터 격년으로 시행했던 2차 드래프트 제도는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2차 드래프트는 이재학(31·두산→NC), 양현(29·두산→넥센), 오현택(36·두산 → 롯데) 같은 성공 사례를 남겼지만 특정 팀만 유망주를 빼앗긴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게 사실.
이에 KBO는 지난해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에서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다고 2군에서 '썩고 있는' 선수를 구제할 제도를 하나도 남겨 놓지 않을 수는 없으니 결국 2군 FA가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KBO에서는 해마다 20명 정도가 2군 FA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도 2군 FA 자격자 가운데 다른 구단에서 탐낼 만한 선수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군 복무 기간까지 따지면 9년차 정도는 되어야 2군 FA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정도 연차가 있는 선수는 2군 FA 권리를 행사했다가 오라는 팀이 없으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2군 FA 권리를 행사하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처럼 시장에 선수가 넘쳐나는 리그에서도 마이너리그 FA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닌데 과연 2군 FA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