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클라이맥스 시리즈(CS) 진출 소식을 전한 한신(阪神)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한신 페이스북

'경우의 수'가 난무했던 올해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CL) '가을 야구' 마지막 티켓 주인공은 결국 어부지리로 갈렸습니다.

 

요미우리(讀賣)가 1일 요코하마(橫浜)  방문 경기에서 DeNA에 0-1로 패하면서 한신(阪神)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3위 자리를 확정했습니다.

 

이날 전까지 3위 한신(승률 .489)은 한 경기, 4위 요미우리(.482)는 두 경기를 남겨 놓은 상태였고 요미우리가 클라이맥스 시리즈(CS) 진출권을 따내려면 일단 전승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요미우리가 패했기 때문에 한신은 이날 경기를 치르지 않고도 A클래스(1~3위) 마지막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요미우리 선발 도고 쇼세이(戶鄕翔征)가 DeNA 3번 타자 사노 게이타(佐野惠太)에게 1회말 결승 홈런을 내주고 있는 장면.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10월이 되면서 그래도 '한신 vs 요미우리' 구도로 좁혀졌지만 일주일 전(지난달 25일)만 해도 히로시마(廣島) 역시 두 팀과 3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5일은 야쿠르트가 DeNA를 1-0으로 꺾고 리그 우승을 확정하면서 동시에 DeNA도 올해 CL 2위를 확정한 날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CL 네 개 팀 가운데 세 개 팀이 3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던 겁니다.

 

당시에는 요미우리가 두 팀에 0.5경기 앞서 3위를 지키고 있었고 상대 전적에서 14승 2무 9패로 앞선 히로시마가 4위, 한신이 5위였습니다.

 

▌지난달 25일 기준 센트럴리그 순위
 순위  팀  경기  승  무  패  승률  승차
 ①  야쿠르트  137  77  3  57  .575  -
 ②  DeNA  136  70  2  64  .522  7.5
 ③  요미우리  141  67  3  71  .486  12.5
 ④  한신  140  66  3  71  .482  13.0
 ⑤  히로시마  140  66  3  71  .482  13.0
 ⑥  주니치  138  63  2  73  .463  15.5

 

이 때는 세 팀 중 한 팀이 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나머지 두 팀도 모두 전승을 거두면 순위를 가릴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자력으로' CS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팀이 없는 상태였던 겁니다.

 

사실 주니치(中日)도 확률이 희박해서 그렇지 3위 가능성이 아예 소멸하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주니치는 이로부터 이틀 뒤인 27일 요코하마 방문 경기에서 DeNA에 3-8로 패하면서 결국 B클래스(4~6위)를 확정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경기가 끝난 뒤 메이지진구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하는 한신 선수단.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반면 한신은 이날 메이지진구(明治神宮) 구장에서 안방팀 야쿠르트에 4-1 승리를 거두면서 요미우리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한신과 요미우리가 나란히 67승 3무 71패(승률 .486)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도 한신이 상대 전적에서 14승 1무 10패로 앞서면서 3위를 차지한 겁니다.

 

한신은 그다음 날(지난달 28일)에도 역시 야쿠르트에 2-1 진땀승을 거두면서 요미우리에 0.5경기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2일 안방 경기에서 야쿠르트를 꺾으면 요미우리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4년 연속 B클래스 확정 경기를 지켜보는 히로시마 팬들.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이후 히로시마는 지난달 29일30일 안방에서 야쿠르트에 2연패를 당하면서 3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일단 2전 전승을 거둔 상태에서 한신이 최종전을 내주면 '극적으로' CS행 티켓을 따낼 수 있던 요미우리마저 결국 10월 첫날 무너진 겁니다.

 

한신은 그러면서 야노 아키히로(矢野曜大·54) 감독 임기 4년을 모두 A클래스로 마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야노 감독은 스프링 캠프 전 이미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리를 내놓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였습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한 야노 아키히로 한신 감독.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이 발언 여파 때문인지 한신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9연패에 빠졌지만 결국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전반기를 정확히 승률 5할로 마쳤습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2승 1무 25패로 다시 마이너스(-) 승패 마진을 기록하면서 미끄러진 상태입니다.

 

이미 내년부터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5) 전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팀 일정이 끝나지 않으니 구단도 난처하다면 난처한 처지가 됐습니다.

 

이러다 덜컥 일본시리즈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팀 역사상 두 명뿐인 니혼이치(日本一) 감독을 떠나 보내는 상황이 되니까요.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안방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연습을 진행한 한신 선수단.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한신 수뇌부에게 다행스러운 건 여태 정규시즌에서 5할 미만 승률을 기록하고 일본시리즈에 오른 팀은 없다는 점입니다.

 

단, 퍼스트 스테이지는 상황이 다릅니다. 2016년 이후 CL 퍼스트 스테이지에서는 한 번도 예외 없이 전부 3위 팀이 2위 팀을 꺾고 파이널 스테이지에 올랐습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CS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올해도 한신이 DeNA를 꺾고 야쿠르트와 상대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6월 30일 요코하마 방문 경기에서 끝내기 득점을 내주고 있는 한신.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CS는 두 스테이지 모두 상위 팀 안방 구장에서 모든 경기를 진행합니다.

 

그러니까 한신이 안방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다시 경기를 치르려면 일본시리즈에 올라가야 합니다.

 

올해 CL 퍼스트스테이지는 8일 DeNA 안방 구장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립니다.

 

한신은 올해 이 구장에서 2승 11패를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위에 쓴 장담과 달리, 아마, 올해도, 분명,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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